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 라디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가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하다. DJ가 누구냐에 따라 선곡의 분위기나 라디오가 주로 다루는 내용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사연까지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DJ는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색있는 DJ. 그렇기에 특별한 라디오 프로그램 세 개를 추천한다.


라디오가 들려줄 수 있는 극한의 음악  <배철수의 음악캠프>

이토록 음악 얘기만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프로그램을 채우는 게스트들은 팝칼럼니스트, 음악평론가들 뿐이고 일주일에 한 번 영화 칼럼리스트가 나올 때에도 이 프로그램은 여지없이 영화 ‘음악’ 이야기를 한다. 빌보드 차트를 훑어주는 코너나 유명 아티스트의 삶을 조명하는 코너 또한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한다. 뮤지션 출신이라는 장점을 십분 살려 음악적 지식을 전해주는 배철수는 연륜 깊고 여유로운 교수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재즈나 팝 같은 음악만 들을 것 같은 분위기의 목소리로 아이돌, 그 중에도 여성 그룹이 좋다고 말하는 배철수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간다. 배철수는 이 프로그램으로 20년 이상 라디오를 진행한 DJ에게 주어지는 ‘골든 마우스’를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의 새벽 교양 수업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사소한 자신만의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취자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얘기에 귀기울여준다. 영화와 음악, 책, 그리고 여행 등 문화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이 프로그램은 ‘취향의 비무장 지대’를 자처한다.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튀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누구나 편하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은 다른 청취자들과 취향을 나누는 장을 마련해준다. 빨간 안경이 인상적인 DJ 이동진은 차분하고 나긋하게 라디오를 진행한다. 새벽 시간대 DJ의 달달한 멘트를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평범한 목소리를 가진 이동진에게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라는 직함의 DJ는 단연 최고의 교양 수업을 선사할 것이다.


영어가 서툰 팝 DJ의 매력 <최다니엘의 팝스팝스>

<최다니엘의 팝스팝스>는 팝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멜로디는 낯익지만 제목은 모르는 팝송들, 익숙한 목소리지만 이름은 모르는 팝가수들을 소개해준다. 이 프로그램은 2010년 윤상이 DJ로 활동하면서 매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했다. 2대 DJ 버벌진트에 이어 3대 DJ로 발탁된 최다니엘은 서툰 영어 발음으로 노래 제목을 번복하곤 한다. 팝송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DJ자리에는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노래를 다시 소개하고 웃음으로 넘기는 넉살은 최다니엘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다. 이제 꼬박 DJ 1년차, 라디오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그의 인터뷰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글_ 장한빛 수습기자 hanbitive@uos.ac.kr
사진_ KBS 라디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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