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파헤치기

민간의료기관에게 공공의료 이양, 적절한 보상 필요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기관의 약 90%를 민간의료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높은 점유 비율을 보이는 민간의료기관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어 취약계층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게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이 취약계층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이상,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진료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간의료기관을 통한 공공보건의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민간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말처럼 수익 보장 등을 비롯해 민간의료기관이 취약계층을 돌보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3년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보건의료법)’이 개정됐다. 보건의료법의 개정은 공공의료를 소유의 개념에서 기능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즉 이전 보건의료법은 국가가 소유, 관리하는 병원만이 공공의료를 수행한다고 여긴 반면에 개정된 보건의료법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능을 하는 병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보건의료법 개정은 공공의료의 한계를 스스로 일정 부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공공의료의 확대만으로는 취약계층을 관리하기가 힘들기에 민간의료기관에게 부담을 지우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의 문제점과 정책방향」(『보건복지포럼』, 2013년)에서 “공공보건의료의 기능적 측면 발전이 미흡한 상태에서 국·공립병원만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인정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양적으로만 확충하려 했다는 게 한계”라고 공공의료 확대의 현실적 한계를 밝혔다 또한 그는 “공공부분과 민간부문이 상호 보완적이면서 협력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확대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편 개정된 법안의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는 기능’이라는 내용의 의미가 모호해 의협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개정 이후의 보건의료법이 민간의료기관에게 적절한 댓가 없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무조건 제공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Y이비인후과의 한동희 원장은 “보건의료법의 개정은 단어만 교묘히 바꿔 민간의료기관에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 역시 “민간의료와 공공의료의 분명하고 명확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보건의료법 개정을 우려했다.


공공의료 확대가 의료 인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 의료 인력은 지역별, 과목별로 심하게 편중돼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병원경영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광역시의 병상 100개당 의사 수는 14.17명인데 비해 농어촌 지역은 6.36명에 불과했다. 대한의사협회의 황지환 정책이사는 2012년 작성한 논문 「공공의료 인력 부족, 의사 수급의 문제인가?」(『대한의사협회지』, 2012년 9월호)에서 “농어촌 지역의 의료 인력 부족은 절대 수 부족이라기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인력분포 편중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전공을 포기하고 미용성형 일반의로 변신하는 의사도 급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외과계,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열악하다고 평가받는 과목의 전문인력이 급감하고 있다. M치과의 김명흠 원장은 의료 인력이 불균형하게 배치되는 이유를 현실적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똑같이 30분 진료해서 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있고 10만 원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의료계의 모습이다. 문제를 한층 심각하게 만드는 건 만 원을 버는 일이 더 힘들기까지 해서 아무도 선택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인력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상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공의료의 확대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또한 의협은 “흉부외과 의사들이 레이저 시술을 하고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지방흡입을 하며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눈, 코 성형수술을 하는 등 오늘날 의사들은 왜곡된 의료현장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불균형한 의료 현장에 비인기 분야에 진출한 의사들마저 수익을 위해 본업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백경순 사무관은 “국가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올바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과 영국의 의료보험 NHS는 국가가 손해를 짊어지며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것이 실현가능한 방안인지를 평가해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공공의료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며 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고자 했던 진주의료원. 진주의료원은 현재 심각한 적자를 이유로 폐업이 결정된 상태이다. 완벽한 무상의료를 내걸고 영국 국민의 자랑거리가 된 영국의 의료보험제도 NHS. 그러나 영국 스태퍼드 병원에서는 2005년부터 4년간 약 1,200명의 환자가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백경순 사무관은 “국가가 감당해야하는 손해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모른다. 공공의료 확대가 실현가능한지 여부는 앞으로 상황이 진행됨에 따라 정확한 통계와 예측이 밑바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기 수습기자 micke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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