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파헤치기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우리대학 의대설립 건의안이 대한의사협회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것은 ‘추가 의료 인력의 공급에 대한 찬반’ 문제와 ‘공공의료 확대의 타당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다. 우리대학의 의대신설이 우리대학 가치를 높이는 데에 큰 효과를 줄 것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의대신설을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본지는 공공의료 확대가 과연 현 시점에 필요한 일인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대조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시장의 논리를 피하기 힘든 의술

얼마 전 ‘환자가 눈앞에서 피를 토해도 문전박대하는 병원’이라는 한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병원이 돈 안 되는 저소득계층 환자들의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상적인 진료 방식으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의료보험 구조가 문제라는 게 병원의 입장이었다. 최근 발생한 진주의료원 폐업 사건이나 의료민영화 논란 등도 마찬가지로 위 사례처럼 의료계 기저에서 깔린 시장 논리에서 기인한 문제다.

병원이 수익을 얻는 방법은 크게 건강보험을 통해 얻는 수입인 급여진료와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진료가 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났을 때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렴한 비용만 지불해도 되는 이유는 급여진료 덕이다. 의료 행위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병원들은 진료원가의 약 76%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수가(酬價)로 충당한다. 병원은 급여진료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비급여진료를 통해 수익을 내고자 한다. 성형수술이나 치아교정 등의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인 비급여진료에 해당한다. 민간 의료계에 미용성형의사 공급이 과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언급된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한 환자’ 문제 역시 비급여진료와 관계가 있다. 병원은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비급여진료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굳이 급여진료만을 하기 위해 환자를 받으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병원은 돈 없는 사람을 애초에 받지 않는 것이다.

알아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수가(酬價)제도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정부와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용을 의료수가(醫療酬價) 또는 줄여서 ‘수가’라고 한다. 수가제도에는 개별진료 행위마다 돈을 받는 ‘행위별 수가제’와 입원 일수 등에 따라 미리 정해진 치료비를 내는 ‘포괄 수가제’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진료를 환자에게 권유해 병원의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게 하는 과잉진료의 위험을 내포한다.


저소득층 의료서비스 불충분 지방으로 갈수록 병원 없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의 문제점과 정책방향」)을 보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의료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득에 따라 건강의 정도가 다른 건강불평등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1인당 진료비 지출 증가율은 97년부터 07년까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또 경제적 요인 때문에 의료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성인 인구 비율은 최대 10%에 달하며, 빈곤층의 경우 이 수치는 최대 15%까지 오른다.

또 의료비 지출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의료비 과부담 가구’라고 하는데, 전 국민의 15.9%에 이른다. 이러한 요인들이 모두 건강불평등 요인이다. 서울내 자치구별 사망률을 보면 이 건강 불평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서울내에서 거주자 평균 소득이 높은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가 사망률이 가장 낮았으며 인구 10만명당 300명 수준이었다. 같은 해 강남 3구에 비해 거주자 평균 소득이 낮은 동대문구, 중랑구 등은 10만명당 500명 수준이었다. 이 비율은 서울 내 자치구 간 의료 접근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수준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벽·오지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 역시 의료불평등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부분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다. 농어촌의 경우 민간병원의 경영난으로 의료기관 폐업이 이어지면서 무의촌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을 보면 병원급의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없어 응급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은 총 43개로 모두 군지역이며, 경북, 강원, 전남, 경남 등의 순서로 응급기관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의료가 해법이다

공공의료는 이처럼 돈이 없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민간 병원은 건강보험제도의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비급여진료를 통해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데, 정부의 공공보건 사업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부담이 민간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오영호 연구위원은 “민간의료는 수익이 나야 사업을 하는 것인데, 정부는 굳이 이익을 낼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공공병원은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공립 병원은 대부분 이익을 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적자를 내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10개 국립병원의 2013년도 적자의 합은 약 1156억 원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병원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건강한 적자와 그렇지 못한 적자를 구분해 국민 복지에 보탬이 되는 건강한 적자는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는 공공의료를 확대 실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서울시의 대규모 공공의료 프로젝트인 ‘건강서울 36.5℃’는 서울형 보건지소 확충을 골자로 한 질병예방 중심의 보건 서비스 확대의 대표적 사례다. 사업을 담당하는 서울시 보건정책팀의 최숙영 주무관은 “보건소는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해 보건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65세 이상 어르신,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인 등에게 보건의료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간 건강격차를 해소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3년도 보건예산으로 시 예산의 1.8%인 3,553억을 투자했으며 14년도에는 전체 예산의 2.3%를 투자하고 있다. 오영호 연구위원은 “필요한 지역에는 보건 뿐 아니라 치료 중심의 병원도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재원 확대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 추가양성은 신중해야

앞서 언급한 의료수가 문제는 의료 인력의 불균형도 초래하고 있다. 미용성형외과 같이 비급여진료 기회가 많은 과목으로 의사가 몰리기 때문이다. 반면 비뇨기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은 전공의 지원에서 만성 인원미달에 시달리고 있다. 일례로 흉부외과 등은 의료급여 혜택에서 의료원가 보존 비율이 20%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공의 신청자들 사이에서 과목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영호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의 특성상 시장 시스템에 맡길 수 없는 서비스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과잉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는 정부 정책으로 조정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주도의 의료 인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공의료 사업을 확대하는 서울시조차도 “의료 인력 조정은 각 지자체 병원에서 담당하는 일”이라며 못 박았고, 의협은 이미 포화상태인 의료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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