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이하 세월호 사고)로 인해 온 사회가 슬픔에 빠졌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축제로 활기차야 할 대학가도 올해만큼은 그 열기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용히 지나가자’는 대세 속에서도 축제를 진행하자는 의견 또한 존재하고 있다. 더불어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과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축제를 취소하고 미루는 대학들
세월호 사고로 대학들은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경우 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이 대학은 안산시가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정상적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故남윤철 교사의 모교인 국민대 또한 축제를 연기하고 캠퍼스에 분향소를 차렸다.
이외에도 건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축제를 취소했고, 이화여대, 연세대, 중앙대 등은 축제를 연기했다. 개교 60주년을 맞은 숭실대는 기존 축제를 축소해서 진행한다. 서강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대학의 경우는 재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축제를 연기했다.
학생들은 대학들의 축제 취소·연기에 대해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A(한국외대 2)씨는 자신이 속한 풍물패에서 준비하던 행사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신밟기 행사는 액운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의 행사지만 현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말이 나와 취소됐다. 하물며 연예인을 부르고 술을 마시는 대학축제라면 당연히 미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적인 비극이 일어난 현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콘서트 등의 축제를 섣불리 진행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는 것을 봤다. 대학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사회 전체적으로도 축제진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김민제(행정 13)씨는 “사실 축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자는 뜻에서 대동제 연기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세월호 사고를 수습하는데 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릴 지 몰랐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학들의 판단이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진행하는 곳도…비판 우려
행사를 취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학생들도 있다. 유성균(세명대 3)씨는 축제 연기에는 동의하지만 축제 취소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그는 “14학번들은 ‘신입생 시절의 축제’라는 소중한 추억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현재는 축제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아예 축제를 없던 일로 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축제 취소를 반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학교전체 행사가 아닌 소규모 학과 행사의 경우에는 예정대로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우리대학의 한 과는 예정된 과행사인 일일호프를 진행할 계획이다. 과 학생회장 B씨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금 일일호프 진행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회의과정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행사 진행에 동의를 했다. 진행시기는 5월 말이고 일일호프를 위해 이미 소요된 비용을 따져본 결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학과행사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또 이하늘(행정 13)씨는 “지난 주말 신촌에서 ‘일일호프를 진행하고 있다’는 팻말을 봤다. 이외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과 행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며 과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석(연세대 2)씨는 “인터넷을 조금만 둘러봐도 현 상황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축제 취소로 인해서 여태껏 준비해왔던 계획이 무산되고 심각한 금전 피해를 입는 것을 우려해 축제를 진행하려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축제 진행을 무조건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C(한국외대 2)씨는 “축제를 진행한다고 해서 세월호 사고에 대해 모두 잊겠다는 것이 아니다. 축제와 애도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축제 진행을 섣불리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방적 취소 ‘통보’ 받은 곳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축제 취소를 결정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축제 기획단인 ‘축제하는 사람들(이하 축하사)’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봄 축제의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공식적인 취소는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이하 총운위)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며 추후에 열릴 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재학생들은 축하사의 성급한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축제 기획단이 앞장서서 축제 취소의 뜻을 밝혔는데 이것이 총운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가 없다”, “일방적인 취소 통보다. 이는 축제를 위해 노력한 동아리나 개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축제는 취소됐다.
K대에 재학중인 D씨 또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학과 차원에서 기업과 함께 진행하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기업 측에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워크숍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그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다 짜여진 상태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2학기에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과 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