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일이 있어서 설문지를 돌리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몇몇은 ‘아쉬운대로 해주겠다’ 하는 태도로 답하기도 하고, 다른 몇몇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절해버린다. 어찌됐든 버럭 화를 내지는 않았으니 괜찮다.

사실 그깟 설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자신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웬 낯선 사람이 와서 자신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탐탁지 않을 것은 분명하니까. 기자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부탁하기가 난처할 때가 많다. 그런데 가끔씩은 정말로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마치 자기 일인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동행한 사람들에게까지 설문을 독려해주는 분들이다. 내 설문을 도와준 것이 고마운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지나치는 작은 일들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그분들의 마음이 고마운 것이었다.

한번은 여느 설문조사와 다를 것 없이 대형강의실에서 설문지를 돌리고 있었다. 한 남학생이 “이 강의 설문 돌리러 오신 거에요?” 하고 물었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그 학생이 한마디 덧붙였다. “저번에 제가 설문조사 참여해서 나온 기사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 기사는 어떨지 기대되네요” 그제야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준 그 학생에게 갑자기 고마워졌다. 그래서 설문조사에 대한 사례인 초콜릿을 한 움큼 더 집어 건넸다.

그때 그 학생의 짧은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은 아무리 가볍고 사소하더라도 큰 힘을 지닌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건넸던 작은 말들도 그 사람에게 꽤 힘이 되지 않았을까?


김민기 기자 mickey@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