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마주보고 있다. 두 사람의 이마에는 각각 카드 한 장이 붙어있다. 카드를 내려놓자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다. TV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에서 인디언포커를 하는 홍진호와 김구라의 모습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게임에 직접 참가하지 않아도 마치 플레이어가 된 것처럼 몰입한다. 시청자들은 지지하는 플레이어가 승리하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을 넘어 분노까지 표한다. ‘두뇌게임’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숱한 화제와 인기를 끌어 모았다. 두뇌게임이 가진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이토록 울고 웃게 하는 것일까. 지금부터 두뇌게임이 가진 매력에 귀 기울여보자.


 
시청자와의 밀당, TV 속 두뇌게임

지금까지 범죄나 추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았지만 마니아들의 호응을 이끄는 데 그쳤다. 하지만 요즘에는 tvN <갑동이>, SBS <신의 선물-14일>, <쓰리데이즈> 등 추리드라마들이 ‘큰 화제가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러한 드라마들을 보며 시청자는 끊임없이 단서들을 찾아 범인을 맞추려 하고, 제작진은 이를 최대한 숨기려 하죠. 시청자와 제작진이 밀당을 하는 것이에요. 이는 마치 시청자와 제작진이 서로 두뇌게임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죠”라고 말했다.

두뇌게임은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 그 중 가장 주목받은 프로그램은 tvN <더 지니어스>다. <더 지니어스>는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출연해 두뇌게임을 벌여 우승자와 탈락자를 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더 지니어스>를 즐겨봤다는 이지환(22)씨는 “<더 지니어스>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자가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문제를 맞혔을 때는 희열감까지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현재 방영중인 두뇌게임 예능에는 <크라임씬>이 있다. <더 지니어스>가 보드게임 포맷을 차용했다면 <크라임씬>은 말 그대로 출연자들이 범죄현장의 용의자가 돼 직접 추리를 진행한다. <크라임씬>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재미를 모두 이끌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두뇌게임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의 인기에 대해 박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한민국 대중들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머리를 쓰는 것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이에요. <인셉션>같은 영화가 사랑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또한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두뇌게임의 필승법을 찾는 등 2차적 재미가 큰 것도 인기요인의 하나로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직접 찾아가 즐기는 두뇌게임

TV 프로그램을 통해 두뇌게임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에서도 두뇌게임을 직접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지난 3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더 코드런(THE CODERUN)’(이하 코드런)은 ‘도심에서 펼쳐지는 두뇌게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 행사다. 코드런은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10개 문항의 퍼즐, 퀴즈 등으로 구성된 코드페이퍼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드페이퍼에는 가야 할 미션 장소가 그림이나 문자로 된 암호로 표시돼 있고, 참가자들은 미션 장소를 찾아가 해당 미션을 수행해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류승훈(34)씨는 “코드런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을 이뤄 진행되기 때문에 협동심이 더 중요해요. 코드런 참가자들은 코드런을 통해 지성 뿐 아니라 협동심까지 기를 수 있죠.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호응이 좋아 다가오는 9월 말에 코드런 2차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더 지니어스>의 포맷을 차용한 일반인 대회인 <더 지니어스: 라스트 브레인>은 다음달 6일과 7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더 지니어스: 라스트 브레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자격테스트로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신상윤(34)씨는 “<더 지니어스>를 표방한 일반인 대회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PGS(playground spirit)의 회원 몇 명이 모여서 게임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시즌3까지 진행됐어요. 저는 시즌3에 참여한 후 지니어스 게임에 더욱 흥미를 느껴 이번에는 시즌4인 <더 지니어스: 라스트 브레인>을 주최하기로 했어요. 지금 참가 신청을 받고 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네요”라고 말했다.


보드게임, 우리에게 친숙한 두뇌게임

TV를 통해서만 즐기기엔 아쉽고, 대회에 참여하기엔 부담스럽다면 보드게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2000년대 이후 보드게임 시장은 전성기를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보드게임은 두뇌게임 분야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보드게임은 자신이 원하는 장르의 두뇌게임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뇌게임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갖는다. 평소 보드게임을 자주 즐긴다는 신상규(21)씨는 “초등학교 시절 보드게임 카페에 처음 가본 후 직접 보드게임을 디자인할 정도로 보드게임에 푹 빠졌어요. 현재는 부업으로 보드게임 회사 ‘딘코게임즈’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그는 “보드게임은 컴퓨터 게임과는 달리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본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보드게임은 단순히 머리를 쓰는 것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를 놓을 때도 상대방의 눈빛을 통해 심리를 읽어야 하죠. 이런 점은 게임의 재미를 높일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라며 보드게임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두뇌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마음만 먹으면 당신은 범인을 쫓는 탐정, 어려운 문제를 푸는 해결사가 될 수 있다. 두뇌게임을 통해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_ 유예지 기자 yy0237@uos.ac.kr
사진_ SBS·JTBC 누리집 출처, 세프(Ceff)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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