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이전 선거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후보자들의 유세 로고송도 들리지 않고 선거운동원들의 낯간지러운 율동도 보이지 않습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사회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들은 자진해서 ‘조용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로고송, 율동 없는 조용한 선거를 진행하겠다는 모습은 여러모로 바람직해 보입니다. 후보 간 협의 하에 시끄러운 유세차량을 줄이고 대신 후보 토론회, 시민과의 대담 등 정책과 공약 위주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용한 선거운동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보자 A(59)씨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 정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용한 선거운동을 위한 노력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가 됐다”며 조용한 선거운동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진작 이렇게 선거운동이 이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기존 선거운동 방식의 문제점을 생각해본다면 선거운동의 변화는 벌써 이뤄졌어야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시끄러운 선거운동은‘싸구려’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선거철마다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로고송, 확성기 소리에 불쾌감을 겪은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들은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유세차량에 대형 스피커를 장착하기도 했었는데요, 환경부의 측정에 따르면 유세차량에서 발생한 소음이 최대 110dB(데시벨)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80~90dB)보다 큰 수준이었습니다.

선거운동원들의 율동도 선거철마다 볼 수 있는 그리 좋지만은 않은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선거운동원들은 화려한 율동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합니다. 후보자들의 공약, 정책을 알리지 못하는 율동은 바람직한 선거운동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율동 연습 노력을 공약, 정책 홍보에 쏟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로고송, 율동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발상은 초등학교 반장선거에도 보기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주먹구구식 선거운동은 이제껏 계속돼 왔습니다. 정책위주의 선거를 지향하는 ‘조용한 선거운동’으로의 변화는 기존 선거운동의 문제점을 많은 부분 개선하리라 기대됩니다. 이번 지방선거운동의 변화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선거운동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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