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봉관 앞 풀밭에는 탑이 하나 서 있습니다. 이 탑은 돌과 쇠로 만들어졌습니다. 세월의 풍파에 이리저리 깎이고 먼지까지 덮여있어 글씨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탑에는 “시대와 더불어 민중과 함께”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이 탑은 민주동문회가 1996년 세상을 떠난 전병완(도시행정 86) 동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민주동문회는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동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동문회입니다. 전병완 동문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명동성당 농성의 주역이었습니다.

이 탑이 세워진 장소 또한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탑 제작에 참여한 김종백(국사 90) 동문은 “배봉관 앞은 원래 ‘민주광장’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각종 시위와 집회가 빈번히 열렸던 곳이었죠. 여담이지만 이 민주광장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이 깃발을 활용해 집회를 했던 것이 당시 학생운동의 유행이 되기도 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탑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재학생, 졸업생, 동문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탑을 제작한 환경조각학과 동문들은 월간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영복 선생의 글씨를 화강암 위에 재현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선배들이 세상살이가 힘들 때 찾아와 꽃 한송이를 바치고 자신의 인생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6월 민주화를 위해 애썼던 선배들을 위해 탑 위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 앞에 꽃 한송이를 놓아둬야 하겠습니다.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참고_ 월간 <말>지 1999년 6월호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