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에게/ 너무 차가운 너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뜨거울 너겠지 - 하상욱 단편 시집 「선풍기 바람」 中 에서-” SNS 공감시인 하상욱이 트위터에 올린 한편의 짧은 시다. 웃음과 공감으로 독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SNS시’, 순간의 감동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디카시’에 관해 알아보았다. 또한 서울시립대신문은 ‘하상욱st 시 백일장’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로부터 짧은 시들을 공모해 그중 세편의 우수작을 선정했다. 시는 어렵고 낯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주는 다양한 ‘짧은 시’들을 만나보자. 유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집자주-

 

 
하상욱의 시에 이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SNS시가 있다. 최대호 작가가 ‘읽어보시집’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업로드하고 있는 시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 역시 마지막에서 유쾌한 반전을 선사하며 재미를 준다. 「나는」이라는 제목의 시는 “날씨가 추울 때/ 자켓을 벗어줄 수 있고/ 너희 집까지 바래다주고/ 우리집까지 뛰어갈 수 있고,/ 길에서 시비 거는 깡패를 만나면/싸움은 나쁜 것입니다”라며 끝을 내는 식이다.

최 작가는 “2년 전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시라고 생각하고 쓴 건 아니고 수업시간에 심심해서 끄적였던 거였죠. 사실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이 재밌게 읽어 주시더라고요. 그 덕에 지금까지 시를 써오고 있죠”라며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어요. 특히 여동생이 ‘취업 준비 안 하고 뭐하냐’고 면박을 줬죠. 이제는 시집 삽화 작업까지 도와주는 등 든든한 지원군이 됐어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지난 4월에 가로수길에서 시집을 판매했었어요. 일본유학생 한 분이 제 시집을 사기 위해서 주말을 이용해 한국을 찾으셨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어요. 오로지 제 시집을 사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어요”라며 시집을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최 작가는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 측과 함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 손글씨로 쓴 시들을 그대로 책에 싣기로 했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손글씨로 써서 SNS에 올렸는데 어떤 분이 글씨를 너무 못 쓴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중간에 한 번 타자로 쳐서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원래 손글씨가 더 낫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이제는 손글씨를 고집하고 있어요. 더 친근한 느낌이 드나봐요”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의 시를 즐긴다는 김지은(22)씨는 “최대호 작가의 「시간을」이라는 시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최근에 그 시 내용과 비슷한 일을 겪어서인지 많이 공감됐어요”라고 말했다. 「시간을」은 연인과 헤어진 화자가 연인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시이다. 이어 그는 “최대호 작가의 손글씨도 매력 포인트죠. 글씨체가 아이 같아서인지 뭔가 순수한 느낌도 들어요”라고 매력을 설명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다. 한 순간의 감동을 전하려는 의도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의 장르가 ‘디카시’다. 디카시는 자연의 경관을 보고 느끼는 생각들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는 방식으로 쓰여진다.

디카시라는 말의 창시자인 이상옥 시인은 “제가 쓴 디카시 중에 「폭우」라는 시가 기억에 남네요. 제가 중국 북경에 갔을 때의 일이었어요. 북경의 하늘은 원래 우중충하기로 유명한데 하루 밤새 폭우가 내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하늘이 청명해졌죠. 그때의 북경의 하늘을 보고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마치 B.C.와 A.D.의 역사적 분수령을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 생각을 표현한 것이 「폭우」라는 시였죠. 이렇게 순간의 감정을 전달하려는 것이 디카시의 목적이죠”라고 설명했다.

이 시인은 “디카시는 기존의 영상글쓰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라며 디카시의 가치를 설명했다.

디카시는 대학생, 가정주부 등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가정주부 정미숙(59) 씨는 “복지관에서 개설하는 시 강의를 통해 디카시를 알게 됐죠. 「줄탁동시」라는 제 디카시가 과분하게 칭찬을 받았어요. 「줄탁동시」는 제가 집 주변 공원을 거닐 때, 나무에서 붉은 빛을 띈 가지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의 발이 연상돼 쓴 시죠”라며 쑥쓰러워했다. 정 씨의 디카시 「줄탁동시」에 대해 차민기 문학평론가는 기성시인의 시에 비해 예술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대학생 때 『영혼을 울리는 디카시』라는 디카시집 제작에 참여했다는 우서연 씨는 “학교 다닐 때 해외여행을 갔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길이 너무 예뻤어요.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게 뭉클하기도 하고 해서 그 길을 배경으로 시를 썼었어요. 디카시를 다시 볼 때마다 그 사진을 찍을 당시의 추억들이 생각나죠”라고 말했다. 이렇게 짧은 시들은 웃음, 감동 등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바쁜 하루에도 짧은 시를 통해 웃음과 감동의 한 자락을 붙잡아 보면 어떨까. 바쁜 당신의 하루에도 시가 있기를 바란다.

 
 
 


글_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시_ 페이스북 페이지 ‘읽어보시집’ 디카시 동호인 카페 ‘디카시 마니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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