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 작년 겨울,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근 반 년만에 보는 연극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공연 관람이 가끔씩 즐기는 값비싼 여가 생활일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몇 년간 나에게 극장은 거의 일상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극장을 찾았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기 위해 옷도 화장품도, 심지어 밥값까지 모든 지출을 줄였다. 그만큼 나에게 공연 관람은 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상의 한 부분을 포기했다. 극장을 찾을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 년 간 내 것이 아니었던 일상을 잠시나마 되찾은 공연시간 110분 동안 내게 극장은 낯설게 다가왔다. 지금껏 나는 공연을 보는 것이 이렇게 벅차고 고마운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지난날의 나에게 공연은 특별한 날 즐기는 문화생활이 아닌 지친 일상의 위로였기 때문이다.

신문사 일로 정신적인 압박은 더해 가는데 내게 힘이 돼주는 공연 한 편 볼 시간이 없는 것이 억울하고 속상하기만 했다. 그렇게 회의와 취재, 마감으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벌써 이번 학기도 훌쩍 지나버리고 말았다. 그래선지 내 소중한 일상을 신문사에 일방적으로 뺏긴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 신문사 일을 시작한 때를 떠올렸다. 신문사는 과외와 아르바이트에 지쳐있던 내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지원한 곳이었다. 2주에 한 번씩 글을 쓰고 더 좋은 기사를 고민하는 시간은 내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다음 학기, 또 다음 학기 신문사는 지금보다 더 친숙한 일상의 공간이 되겠지만 오랜만에 극장에 들어섰을 때 느낀 설렘처럼 기자로서의 일상에도 고마워해야겠다.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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