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를 만들 때 항상 눈엣가시인 항목이 있다. 바로 ‘보통이다’라는 항목이다. 어떤 질문을 만들든 간에 이 항목을 넣으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표시를 할 것이 뻔하고, 안 넣으면 분명 선택할 선택지가 없다는 클레임이 들어온다. 이번 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예상대로 ‘보통이다’라는 항목은 학생들의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으며 우리들의 눈엣가시가 됐다.

하지만 설문을 돌리면서 우리는 설문지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곳에서 ‘보통’에 표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개인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와 같은 문제들부터 내가 포함된 사회의 문제들, ‘나는 보통 사람이니까 진보당, 보수당 그 어떤 곳에도 표를 주기 싫어. 그러니까 이번 선거는 그냥 넘어가야지’, ‘나는 보통 사람이니까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어. 어떤 총학이 뽑히든 내 알 바 아냐’까지 많은 갈림길에서 우리는 보통을 선택한다.

보통을 선택한다는 것이 중간을 의미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의 의미는 중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부족이자 귀찮음에 대한 합리화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어떤 성향일지,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관찰이나 연구가 부족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할 시간을 갖는 것조차 귀찮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짬짜면처럼 둘 다 얻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결국 보통을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얻게 되는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보통을 선택했다고 얘기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 많은 선택에 있어서 대세를 따르고 계속 보통을 밀고 나가는 것이 물론 편하긴 하다. 하지만 한 번 뿐인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무효표와 같은 보통을 계속 추구할 것인가.

일단 나에 대한 관심부터 갖자. 원래 다른 질문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렵고 철학적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고민을 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 다음 내 주변 사회에 관심을 갖자. 내가 어떤 지역을 꿈꾸는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말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이지만 나 자신에게 있어서, 내가 살아갈 사회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람이 되자. ‘보통’이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가져야 한다. 이런 내면의 변화는 새로운 선택을 불러올 것이고, 새로운 선택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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