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더워지는 날씨다. 우리대학 연못에서도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유일한 연못인 하늘못에 발을 담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뿌옇게 고인 물과 때때로 나는 악취가 하늘못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다.


오염 문제의 관건은 산소다

하늘못 물을 마시면 어떻게 될까? 그 지저분한 물을 마신다는 생각이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떤 물이 마실 수 있는지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물의 등급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보통 1급수는 그대로 마셔도 무방하며, 3급수까지는 일정한 처리를 거쳐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있다. 정확한 수질을 알고 싶다면 세부 기준 지표를 보면 된다. 물의 등급을 나타내는 지표는 COD, DO, T-N, T-P 등이다. 이때 가장 흔히 보는 지표가 바로 화학적산소요구량을 뜻하는 COD(Chemical Oxygen Demand)이다. COD란 산화제를 이용해 물속의 오염물질을 분해할 때 사용되는 산소량을 뜻한다.

물속의 대표적인 오염물질은 생물을 구성하거나 생물에서 나오는 화합물 즉, 유기물이다. 영화 <괴물>을 본 독자들은 평범한 물고기를 괴물로 변형시킨 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이하 CH2O)를 들어봤을 것이다. CH2O는 매우 유독한 물질이지만 자연에는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적은 양의 CH2O가 널리 분포돼 있다. CH2O는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고기, 어류 등에도 존재하며 인체의 혈액 속에도 극소량 존재한다. CH2O는 물에 잘 녹으며 쉽게 분해되는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자연적으로 분해되는데 이를 물의 자정작용이라 부른다. CH2O는 산소(O2)를 소모하며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바뀌게 된다. CH2O뿐 아니라 물속의 다른 유기물이 분해될 때도 산소가 소모된다. 이때 물 속의 산소가 과다하게 소모되면 물고기나 미생물이 살 수 없게 되고 물이 썩어 냄새가 난다. 오염물질 분해에 필요한 산소 소모량 즉, COD가 대표적인 물의 등급 측정 지표가 되는 이유다. 보통 COD수치가 높을수록 그 물은 오염됐다고 본다.

하늘못은 현재 수질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지표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정확히 몇 등급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측정된 중요한 지표들을 통해 수질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우리대학 환경공학부 산하 하·폐수처리 및 물순환 연구실에서 주기적으로 측정한 하늘못 수질 자료에 의하면, 하늘못의 COD값은 20~40mg/L인데, 3급수의 COD기준이 6mg/L 이하인 것에 비하면 아주 높은 편이다. 연구실 측은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등으로 인해 높은 수치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물속의 산소를 나타내는 지표인 용존산소량은 7.18mg/L이며 이는 호소수* 1등급 수질의 기준치인 7.5mg/L에 근접했다. 물은 용존산소가 높을수록 자정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간주되기에 하늘못은 비교적 좋은 자정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늘못은 잉어나 오리 등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맑은 물이다. 3급수까지만 물고기가 살 수 있다.

▲ 하늘못의 분수는 미관상 좋으며 수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영양이 과하면 냄새난다

토끼가 와서 마시고 간다는 깊은 산 속 옹달샘은 투명하고 맑은 물이지만 아쉽게도 많은 연못들이 그렇지 못하다. 맑지도 않고 냄새까지 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주로 ‘부영영화’ 때문에 발생한다.

부영양화란 물속에 영양분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영양화가 발생하면 호소수는 색을 바꿔가며 옷을 갈아입는 패셔니스타가 된다. 물속에 서식하는 조류(algae) 때문이다. 호소수에 사는 조류에는 녹조류나 남조류와 같은 식물플랑크톤 등이 있는데 조류가 많아지면 물의 색이 변한다. 식물플랑크톤이 성장하면서 물이 푸른색과 녹색을 거쳐 황색으로 변색되는 패션쇼를 녹조라 한다.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는 질소와 인, 암모니아 등은 영양염류라 불리는데 이것이 많아질수록 조류가 만찬을 즐기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총 질소량인 T-N과 총 인량인 T-P는 영양염류가 물에 얼마나 녹아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부영양화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오염된 물일 확률이 높다. 3급수 물의 기준인 T-N 0.6mg/L 이하, T-P 0.05mg/L에 비해 하늘못은 T-N이 2.33mg/L, T-P가 0.13mg/L로 물속의 영양분이 높아 오염 물질이 생길 위험이 높다.

조류들은 물의 색을 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악취도 유발한다. 남조류는 곰팡이냄새가, 녹조류는 풀냄새와 해초냄새가 난다. 조류 냄새보다 심각한 냄새를 풍기는 곳은 연못의 밑바닥이다. 수중 생물의 사체나 유기물이 퇴적되는 밑바닥에서는 소변 냄새를 유발하는 암모니아와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 등이 발생된다. 연못의 깊은 곳일수록 용존산소가 부족해 정화작용이 더디다. 악취를 막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바닥 층에 쌓인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하늘못을 찾은 가족이 잉어를 관찰하고 있다.

생태연못 고려한 수질개선 방법

하늘못은 물이 자연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호소수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을 전면 교체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다. 하지만 전면교체는 많은 양의 수돗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시행하기 어려우며 수중 생태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하늘못은 연 1회 주기적으로 물을 교체하고 있다. 또한 우리대학은 오는 10월에 하늘못 하층부에 뻘층을 파내는 준설(浚渫)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질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물 교체나 준설처럼 대규모 작업이 아니더라도 물 정화 작업은 꾸준히 요구된다. 하늘못 수질에 대해 연구 및 자문을 맡고 있는 환경공학부 박철휘 교수에게 하늘못 수질 개선 방법을 들어봤다.

물의 자정작용을 돕기 위해 용존산소를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연못 경관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하늘못에 있는 두 개의 분수는 물속에 산소를 공급해 자정능력을 높이고 있다. 이외에 하늘못에 적용할 수 있는 산소 공급 방식은 마이크로 버블(micro bubble) 형성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어항 속 기포발생장치와 원리가 같다. 기포의 크기가 작을수록 물에 산소가 더 넓게 퍼져 자정 효과가 좋다.
식물이나 미생물을 이용한 방식도 있다. 현재 하늘못에는 박 교수가 제안한 수생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생식물 섬에서 갈대, 줄, 애기부들, 꽃창포처럼 정화작용이 뛰어난 식물들이 유기물을 흡수하여 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에코블럭을 소개했다. 이는 큐브에 정화능력이 있는 미생물을 흡착시켜 물속의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물의 전면교체나 수중 펌프를 이용하는 방식의 큰 정화장치를 연못 옆에 설치하면 수질개선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큰 기계장치나 작동 소음에서 오는 위화감이 생태연못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수생식물 섬이나 에코블럭처럼 우리대학 연못에 맞는 수질개선 방안을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흐르는 물이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가둬진 곳

글·사진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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