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이영주 박사 |

 

Q.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요양 병원 화재, 버스 터미널 화재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유독 요즘 사고가 많이 몰려서 발생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 며칠 동안 유독 사고가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모두 연관성이 있는 사고들은 아니었어요. 사실 1년 단위로 발생하는 화재사고의 총량을 보면 과거보다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요. 그런데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라는 대형 재난이 발생해 사람들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나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죠. 언론에서 사고를 부각하는 점도 있고 사람들이 직접 겪은 상황을 SNS에 올리면서 정보접근성이 가까워진 점도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요.


Q. 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의 안전관리기준이 적절한 상황인지 궁금합니다. 또 교육기관과 일반상가 건물의 안전관리기준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육시설은 주거시설과 다르게 밤에는 사용하지 않아 사고 확률이 낮고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 낮에도 항상 사람이 상주해있는 등의 이유로 사고발생을 인지하는 속도가 빠르죠. 따라서 주거시설, 공연시설, 집회시설보다 안전관리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요.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 안에 있는 식당이나 대강당 같은 건물도 교육시설로 분류하는 점이에요. 식당, 대강당 등 부속시설을 학교와 떨어뜨려 놓으면 일반 상업시설이나 집회시설과 다름없는데, 학교 내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시설의 안전관리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안전 체계가 미비해지는 것이죠.

미국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고려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에 대한 기준이 모두 다른데 우리나라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요. 초등학생은 대학생과 비교해 대피능력이 떨어지므로 초등학교에 조금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죠.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법과 소방법을 이원화시켜 건물을 지을 때 따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법의 체계를 소방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에요. 위험의 차이에 따라 다른 소방·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건축법 체계인 규모, 층수 등 외형적인 부분에 따라 시설이 설치되기 때문이죠. 이번에 발생한 요양병원 화재도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아 설치하지 않았던 스프링쿨러 때문에 문제가 됐죠.

 
Q. 학교 내에 있는 식당, 대강당을 교육 외 시설로 규정해 소방안전시설을 설치한다면 돈이 더 많이 들어 교육시설로 넣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대학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우리대학은 비용의 이유로 안전시설을 경시할 이유가 없어요. 시의 예산으로 건물을 짓고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다른 학교보다는 건물을 부실하게 짓는다거나 소방, 안전시설 측면에서 꾀를 부리려는 태도는 없고 설계 기준에 부합하게 짓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는 교육시설로 신고하면 아무래도 비용을 덜 들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죠. 안전시설은 돈을 들여도 티가 나지 않는 부분이라 보통 우선순위로 두지 않잖아요.


Q. 우리대학 건물 중 화재 시 대피가 가장 어려운 건물이 있을까요? 노후화된 건물과 고층 건물 중 어떤 건물이 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고 사고 시 대피가 어려운지 궁금해요.

우리대학은 저층 건물이 많아서 크게 위험하지 않아요. 다만 방화재로 짓지 않은 노후화된 건물은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죠. 화재의 취약성으로만 본다면 노후화된 건물들이 더 위험해요. 신축건물은 화재를 방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소방안전시설 설치 의무사항이 없던 과거에 지어진 건물들은 화재사고가 크게 날 수 있죠.
고층 건물은 계단실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해 불이 나더라도 화재가 쉽게 번지지는 않아요. 이번 고양터미널 화재는 위층의 방화셔터가 내려오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례죠. 불은 지하에서 났지만 연기가 위로 올라가 2층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재난 시 대피요령, 행동요령만 알고 있는 것보다 직통계단, 피난계단, 특별피난계단 등 안전시설의 기능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돼요.


Q. 12층 건물인 미래관 6층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불이 났을 경우 옥상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까요?

화재가 발생한 층보다 아래층에 있는 사람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피난층으로 내려오면 돼요. 화염과 연기는 수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층보다 아래층에 있다면 많이 위험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3층에서 난 불은 2층으로 내려오는 속도보다 제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요.

화재가 난 층이거나 화재가 난 층보다 위층에 있는 사람은 피난계단을 찾아 피난층으로 내려오는 방법을 생각해야 돼요. 하지만 피난계단의 문이 열려 연기가 퍼졌고 불길이 올라와 있다면 그 경로는 포기하고 불길로부터 안전한 강의실을 찾으세요. 연탄가스로 불리는 일산화탄소를 마시며 높은 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려고 애쓰는 것보다 콘크리트 벽에 철제문으로 돼 있는 강의실에서 본인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더 안전해요.

만약에 있다고 해도 탈출 가능한 계단이 있다면 아래로 내려가야지 옥상으로 도망가는 것은 좋지 않아요. 옥상이 바깥공간이기 때문에 연기에 노출될 확률은 적지만 연기와 화재는 위로 올라오니까 위험할 수 있어요. 소방헬기가 와도 연기가 위로 올라와 있으면 구조 활동이 힘든 경우가 많아요.


Q.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안전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지하철을 타고 지하에서 곧바로 건물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출입구의 위치를 알기 어렵죠. 유도표지, 안내도를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안전에 관한 내용도 아는 만큼 본인을 지킬 수 있어요. 평소에 안전에 관련된 일반적 상식, 재난 시 건물 안에서의 대피법을 알아 놓는다면 도움이 될 거에요.

세월호 선장이 여객선을 먼저 빠져 나온 것에 대해 본인의 직무를 마치지 않았으니 비난할 수 있지만 당장 나에게 같은 일이 닥쳤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장담할 수 없을 거에요. 안전뿐만이 아니라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개인주의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남을 위해 쓸 수 없다면 소용이 없죠. 안전에 대해 많이 알고 이를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성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사진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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