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헌트>의 주인공 루카스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웃들의 좋은 친구이자 아이들의 자상한 선생님으로, 루카스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평온한 일상을 산산조각 낼 소문이 퍼지게 된다. 루카스가 어린이들을 성추행 했다는 것이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이내 곧 사실이 돼 버린다. 루카스의 친한 친구조차 그를 의심하고 멸시한다. 마을사람들 전부가 그를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를 루카스의 감정을 진중하고 묵묵하게 다룬다.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루카스가 겪었을 복잡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은 감정들까지도 공감하게 만들며 폭발적인 흡입력을 보여준다.
관객은 루카스의 감정에 공감함으로써 마녀사냥의 피해자에 자신을 이입시킨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이 이입하는 대상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역전된다. 관객들이 마녀사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가해자 집단의 비이성적인 모습에선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나라면 루카스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이성적인 집단에 속해 누군가를 사냥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영화에선 찾아보기 힘든 폭발적인 감정이입을 경험하고 싶다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르는 집단의 비이성적인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 <더 헌트>를 추천한다.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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