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납부 시기가 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한숨이 앞선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학교 등록금 탓이다. 등록금은 현금으로 한 번에 지불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래서 일부 대학들의 경우 등록금을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로 납부하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드 납부를 허용하는 대학의 비율은 40%가 채 되지 않는다. 언론에서도 등록금 납부 기간이 되면 ‘전국 대학교, 3곳 중 2곳은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 못 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곤 한다.


카드 납부를 원하는 학생과 카드사

목돈 마련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은 동네 슈퍼에서조차 카드로 소액 결제가 가능한데 왜 고액 등록금을 받는 대학에서는 카드를 받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한다. 등록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할부가 가능한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것을 소비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를 불공정 행위라며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다음 학기에는 대학 학생회와 연계하여 관련된 일을 추진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 역시 등록금 카드 납부 제도가 확대되는 것을 찬성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입장에서는 건당 결제 금액이 크기 때문에 회사 외형을 키우는 차원에서 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며 카드 납부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학이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카드 납부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수수료를 원가 이하로 줄여줄 수는 없다”고 답해 앞으로도 대학과 수수료 분쟁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음을 암시했다.


대학의 변명 아닌 변명

모두가 등록금 카드 납부를 찬성하는데 대학들은 왜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카드 납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그 답은 ‘카드 수수료’에 있다. 우리대학을 비롯한 서울권 내 주요 대학들은 대부분 1.5~1.7%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2%도 되지 않는 수수료가 얼마나 되겠냐 싶지만 수수료는 대학에게 그리 가볍지 않은 액수이다.

현재 10% 정도의 학생이 카드 납부제를 이용하는 연세대의 카드 수수료를 계산하면 1억 5천만원이다.*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에서 충당하는 사립대학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와 같은 수수료의 존재는 동일한 등록금을 현금으로 납부한 학생에게 피해를 줄 소지가 있다. 카드 납부제를 이용할 때 발생한 수수료가 결과적으로 모든 학생이 납부한 등록금에서 충당될 것이므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잠재요인이 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등록금 카드 납부제를 꺼린다. 이미 카드 납부제를 실행하는 대학들이 1~2개의 카드사만을 이용하도록 한 이유 역시 카드사와의 전담 계약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서다.


카드 납부의 대안, 분할 납부 하지만 보완 필요해

그렇다면 학생도, 대학도 만족할 만한 대안은 없을까. 분할 납부 제도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해 볼 수 있다. 분할 납부제(이하 분납제)는 일시에 등록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수차례 지정된 횟수만큼 금액을 나눠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분할 납부제가 대안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카드 납부제의 가장 큰 단점인 수수료가 누구에게도 부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90% 이상의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기반도 잡혀 있다.

이렇게 좋은 대안임에도 분납제를 이용하는 학생은 드물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등록금 분납제를 시행하는 학교 109곳을 조사한 결과 이 제도를 이용한 학생 수가 2% 미만인 학교는 95곳으로 전체의 87%였다. 이렇게 분납제의 이용률이 저조한 까닭은 홍보 부족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분납제의 장점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일반적인 학생들이 이 제도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 해결돼야 한다. 한국외대를 다니는 학생 A씨는 “이런 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서 몰랐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일부 대학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대상에서 신입생·편입생이 제외돼있다는 점, 소액의 장학금을 받게 될 때에는 분납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분납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된다면 분납제가 카드 납부제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계산방법 : 연세대의 카드 납부제 이용금액(8,748,011,000원) × 학교 부담 수수료율(1.7%)
| 자료 출처_ 대학 알리미(2013)


글·사진_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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