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시민들이 광역버스에 승차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광역버스 입석금지’가 전면 시행됐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주도 하에 정책이 시행된 이후 입석승객이 적발될 경우 운수회사에는 10일~30일 간의 사업일부정지 조치가 내려지며 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운전기사 역시 1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고 1년에 3번 이상 적발 시에는 면허취소 조치가 내려진다.

해당 정책은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생겨났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다니는 것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완책 없이 만들어진 이 정책은 많은 시민들을 불편하게 했다. 대학교들이 개강한 현재까지도 확실한 해결책이 없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시민들 불만 폭발에 “일단 보류”

정책이 시행된 이후 광역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타지 못한 승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앉을 자리가 없는 탓에 많은 버스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을 태우지 못한 채 정류장을 통과하기 일쑤였다. 광역버스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정서영(청운대 13)씨는 “방학 중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데 주로 통근시간에 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입석금지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버스가 연달아 서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힘들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이전 정류장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는 정책을 잠시 보류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예기치 못한 문제가 벌어졌다”며 사과했고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한시적으로 입석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교의 개강과 맞물려 광역버스 이용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내려진 임시적인 조치다. 정부는 새로운 대안이 자리잡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석을 허용할 것으로 밝혔다.


버스 증차·새로운 버스 도입 확실한 해결책은 아냐

정부는 버스를 증차하거나 대형 버스 등의 도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시행 둘째 날 84개 노선의 버스 246대를 증차해 첫날에 비해 혼란이 완화됐고 현재도 꾸준히 버스를 증차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버스 등이 도입될 때까지는 증차를 통해 출퇴근 길의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무조건적인 증차는 심각한 교통혼잡을 불러올 수 있다. 26일 오전 8시경, 분당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가 많이 지나는 양재역에서는 광역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교통 혼잡을 만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무분별한 버스 증차는 이런 교통 혼잡을 심화시킬 뿐이다. 증차나 새로운 버스 도입으로 인한 재정적인 부담 또한 걸림돌이다. 입석이 허용되던 시절부터 적자에 시달려온 광역버스 운수업체들은 입석금지 정책 때문에 승객을 받지 못해 수입이 줄었고, 한편으로는 증차를 통해 추가적으로 운전기사의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을 보이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인천에서 종로로 통근하는 A씨는 “입석금지 정책을 폐지했으면 좋겠다. 현 시점에선 확실한 해결책이 없지 않나. 한시적 입석허용이라는 말을 들으면 언젠가 또 불편을 겪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굿모닝 버스·커뮤니티 버스 명쾌한 해답될까

최근 경기도 측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굿모닝 버스’ 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굿모닝 버스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책 중 가장 현실성 있는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굿모닝 버스는 경기도 쪽의 나들목 부근 환승터미널에서 출발해 서울을 돌아다니는 버스로, 현행 광역버스들이 경기도 외곽까지 운행함으로써 배차간격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굿모닝 버스 제도를 도입하면 현재 20여 분에 달하는 광역버스의 배차간격을 2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굿모닝버스 정책을 위해서는 추후 광역버스에게 불필요한 경기도 외곽 구간과 환승터미널을 오고가는 시내버스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환승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지역주민이 직접 만든 노선으로 운행하는 ‘커뮤니티 버스’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됐던 커뮤니티 버스 사업으로는 ‘눈뜨면 도착’이 대표적이다. 눈뜨면 도착은 한 학생의 개인적인 불편에서 시작됐다. 사업을 주관하는 박주혁(서강대 13)씨는 “대기업 통근버스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분당과 서강대를 연결하는 노선을 만들어보고자 수요조사를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며 눈뜨면 도착이 시작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사업은 수요조사를 통해 노선을 선정하고, 해당대학 총학생회와 전세버스 업체의 계약을 통해 시행된다.

하지만 커뮤니티 버스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 씨는 “사업을 시작할 때, 눈뜨면 도착을 이용하겠다는 학생들이 제 때 입금을 하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이 시작된 후 운전기사가 노선을 착각해 혼란을 겪은 일도 있었다”며 운영상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 씨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대안들이 여러 위험을 안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석을 허용하는 광역버스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사실이니 대책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교통권’을 단순한 투정이 아닌 ,진지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사진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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