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작게는 깊이 1m부터 크게는 3m 이상의 구멍들, 일명 ‘싱크홀(Sink Hole)’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곳은 잠실 일대다. 이곳에선 싱크홀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연이은 싱크홀 발생 소식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져만 가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80% 가량의 시민들이 싱크홀 발생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사회에 가장 위협이 되는 재난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싱크홀이 2위로 등극할 정도다. 갑자기 찾아와 도심을 덮친 새로운 재해, 싱크홀은 대체 무엇일까?


사실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 싱크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크홀을 두려운 재해로만 알고 있다. 건국대 지리학과 박종관 교수는 “싱크홀은 사람들의 두려움이 자아낸 부정확한 용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싱크홀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 현상이다.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학술적 명칭은 ‘돌리네’다. 고등학교 시절 한국지리 수업을 열심히 들은 독자들은 이 명칭이 익숙할 것이다. 돌리네는 석회암 등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움푹 파인 지형이다.

돌리네는 형성되는 방식에 따라 ‘용식 돌리네’와 ‘함몰 돌리네’로 구분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물에 쉽게 녹는다. 석회암 지대가 지하수에 녹으며 지반이 약화되어 서서히 꺼져 내릴 경우 용식 돌리네가 발생한다. 이와 달리 석회암 균열 사이로 지하수가 흐를 경우, 땅 속부터 빈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동공이라 한다. 동공이 커짐에 따라 지반이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함몰될 경우 함몰 돌리네가 형성된다.

함몰 돌리네는 다양한 퇴적암 지형에서 자주 발생한다. 퇴적암은 균열이 나기 쉬워 지하수가 침투하기 쉽다. 균열 사이로 흘러간 지하수는 균열을 확장시켜 동공을 만든다. 해외에 있는 일부 함몰 돌리네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신비롭고 장엄한 모습에 자연에 대한 경외감까지 들게 한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대형 돌리네를 보기 어렵다. 국토 대부분은 퇴적암에 비해 단단한 화강암,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균열이 적기 때문이다.


난개발이 남긴 상처, 싱크홀

최근 중국 전역에서는 거대한 싱크홀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 싱크홀 중 상당수는 자연적 싱크홀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위적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집 앞, 농경지로 불현듯 찾아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집 앞에 생긴 싱크홀은 점점 커져 집을 통째로 바닥 속으로 끌고 갔다. 농경지는 마치 누더기가 된 듯 커다란 구멍이 이곳저곳에 생겨 더 이상 농사가 불가능하게 됐다. 심지어 중국 충칭시 사핑바구에서는 저수지 한 가운데에 싱크홀이 발생해 저수지의 물을 모조리 바닥으로 삼켜버렸다. 중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인위적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인위적 싱크홀을 난개발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인위적 싱크홀의 발생 원리 역시 함몰 돌리네의 발생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수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변화되고 지반이 여기에 영향을 받아 동공이 형성된다. 함몰 돌리네에서 균열 사이로 흐르는 지하수의 역할을 인위적으로 변화된 지하수의 흐름이 대신하는 것이다.
지하수의 흐름을 바꾸는 요인은 다양하다. 무리한 개발은 지하수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무리한 개발로 물길이 바뀌며 지하수는 본래 있던 곳을 벗어난다. 지하수가 사라진 빈 공간은 동공이 된다. 지반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던 지하수가 사라지면 싱크홀이 발생하기 쉬워진다.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부분 이 때문이다.

지하배수시스템이 망가지는 것 역시 싱크홀의 원인이 된다. 망가진 지하배수시스템으로 인해 유출된 물은 주변의 토사까지 함께 끌고 간다. 토사가 유실되어 동공이 생기고 결국 싱크홀이 발생한다.

▲ 미국 앨리배마주의 자연적 싱크홀(돌리네). 희귀한 동식물이 어우러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울 전역 싱크홀 원인 ‘단정할 수 없어’

사상누각이라 했던가. 모래 위에 세워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처럼 서울시가 불안하다. SBS에서 공개한 서울 시내 싱크홀 지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시에만 210여개 싱크홀이 발견됐다. 서울시가 싱크홀의 습격을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송파구 싱크홀 사태는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송파구 일대의 지질은 매우 불안정한 편이다. 지질은 총 세 가지의 층으로 구성된다. 맨 위층인 토사층, 그 밑을 흐르는 지하수, 가장 밑의 암반층으로 구성된다. 암반이 깨지기 쉬운 정도를 측정한 암반 파쇄도 측정에 따르면 송파구의 암반은 서울시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암반층이다. 균열 사이로 지하수가 흘러들어가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송파구의 토사층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연약지반이다. 언제든지 함몰되기 쉬운 지반인 것이다.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두꺼운 토사층도 문제가 된다. 만약 균열이 많은 암반층 사이로 지하수가 흘러가 지하수 수위가 내려간다면 지하수가 지탱하던 하중은 고스란히 토사층이 받게 된다. 흙은 압축성이 크기 때문에 두꺼운 토사층이 얇은 토사층보다 훨씬 크게 압축된다. 따라서 토목공사를 하려면 이러한 지질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송파구 싱크홀 사태의 원인은 지하철 9호선 공사로 밝혀졌다.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지질환경을 고려한 세심한 공사를 하지 못했다. 공사과정에서 약한 지층이 내려오지 않도록 충분히 보강 작업을 해야 했다. 얼마나 흙이 파졌는지도 상세히 따져야 했다.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이를 꼼꼼히 하지 못했고 싱크홀이란 후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송파구 싱크홀 사태가 자연적, 인위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처럼 싱크홀에 대한 원인은 한 가지라고 단정할 수 없다. 노후수도관으로 인한 싱크홀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다수가 노후수도관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후수도관으로 인한 누수가 토사를 유실시켜 싱크홀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노후수도관이 문제니 수도관을 교체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더 복잡한 원인이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대학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수도관이 노후된 이유가 지반 침하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노후수도관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반 침하, 더 나아가 지반 침하를 야기한 또 다른 원인까지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크홀 사태를 해결할 열쇠 ‘지질지도’

싱크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질지도’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어느 지역의 토사가 불안정한지, 지하수가 많은지 등 땅속 정보를 취합해 복합적인 문제를 총체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관 교수는 “지하수 역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만약 어떤 지역의 건설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지역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멀리 있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쳐 또 다른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사 시 주변지역의 지질조사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지역의 지질 환경까지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


글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사진_ 네이버 캐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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