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의 때 선생님 한 분께서 “장바구니 수강신청”에 대해 허탈한 목소리로 탄식하셨다. “이제 대학 수업조차 장바구니에 담는 시대가 되었네.” 그 선생님께서 내쉰 한숨은 내가 “장바구니 수강신청”을 접한 후 느꼈던 정체 모를 이물감과 공명하면서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과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였다.

우리학교에서는 작년 1학기부터 “장바구니 수강신청”이라는 일종의 예비수강신청 시스템을 통해 수강신청 기간에 학생들이 겪었던 불편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시스템에 붙은 “장바구니”라는 이름이 뜻밖에도 현재 대학에서 진행되는 교육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학의 수업은 이제 누가 뭐래도 엄연한 “상품”이다! “장바구니”는 내게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하긴, 현재 학생들이 대학에서 강좌를 선택하고 수업을 받는 과정은 특히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놀랍게도 완전히 동일하다.

1. 상품의 사양과 효용을 검색한다(강의계획서 빨리 올려줘!) 2. 이전 구매자의 사용후기를 살펴본다(음, 꿀 빠는 수업이군). 3. 마음에 드는 상품을 쇼핑카트에 넣어둔다(장바구니 수강신청). 4. 조기 품절이 예상되는 상품을 우선 구매한다(아차, 수강정원 초과다!). 5. 일주일 이내 환불가능(폭탄이다! 수강변경). 6. 상품의 품질과 판매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 접수(수강취소 및 강의중간평가). 7. 사용후기 남기기(이 수업 절대 듣지 마! 강의평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교사와 학생은 각각 판매자와 구매자로 다시 태어난다. 최근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예전과 많이 다른 것도 이와 같은 상품거래의 체계를 내면화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치다 타츠루(內田樹)는 『하류지향』에서 일본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점점 형편없어지는 현상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구매자로서 “적극적인” 자기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처럼 무관심한 태도나 불만스런 표정을 보이는 방법으로 수업이라는 거래의 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이 주는 불쾌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 일종의 화폐로 이용한다.

그렇다면 불쾌함이라는 화폐를 지불하면서 구매자가 수업에서 사려고 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설마 지식? 그렇다면 구매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할 것이다. 아니면 특정한 훈련을 통한 역량의 강화? 그렇다면 구매자들은 강도 높은 훈련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렇게 이것저것 제하다 보면 결국 구매자들이 수업에서 바라는 상품으로는 수치화된 학점만 남는다. 최소한의 시간, 노력, 불쾌함 등을 지불하여 최대한의 학점을 구매하는 것이 이른바 “합리적 소비”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예비수강신청”이나 “관심강좌”와 같은 현실을 은폐하는 명칭보다 차라리 “장바구니 수강신청”이라는 뼈를 드러내는[露骨] 작명법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하지만 더욱 서글퍼지는 것은 내가 여전히 구 시대의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일까?

 

김광일(중국어문화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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