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에 어떻게 오게 됐어?” 선배들의 열에 아홉은 이 질문에 ‘수능을 망쳐서’라고 대답했다. 수능을 못 본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닌데도 그들은 왜 굳이 수능을 망쳤다는 말을 언급했을까? 왜 그 말을 강조했을까?

나는 이것을 대학서열에 관한 우리들의 뿌리 깊은 차별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망쳤다는 말을 하는 건 ‘나는 비록 서울시립대학교에 왔지만 사실은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러니 나를 좀 더 높은 계급으로 봐 달라’ 하는 생각의 표현이다. 대학서열에 관한 집착은 이미 학력차별을 넘어섰으며 마치 카스트 제도와 다름없는 것이 돼버렸다. 전국의 모든 수험생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를 마치 공식처럼 외우고 다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벌을 ‘간판’이라 부르는 우리 사회가 신분을 ‘호패’에 새기던 과거의 계급사회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요즘의 대학생들은 자기가 속한 계급 안에서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라 할지라도 경영학과냐 인문학과냐에 따라, 같은 과라고 할지라도 정시냐 수시냐에 따라, 또 같은 전형이라 할지라도 그 점수에 따라, 내색은 안 할지라도 서로 우월관계를 정하고 누군가는 우월감을, 누군가는 열등감을 느끼곤 한다.

학력차별에 있어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버린 20대들의 모순적인 자화상. 학력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의식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 봐야할 숙제임이 틀림없다.

김보미(철학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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