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서울시립대문화상

▲ 심사위원
류순태 교수
이번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분에서는 총 11명의 작품들이 본심사에 올랐다. 본심사에 오른 작품들은 내용상으로도, 형태상으로도 매우 다채로웠다. 여름이나 봄과 같은 계절을 노래한 작품도, 절규나 영원과 같은 관념을 문제 삼는 작품도, 진로계획과 같은 개인의 구체적 문제를 담아낸 작품도, 자연물이나 사물의 의미를 묻는 작품도 있었다. 꼭 그러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런 다채로운 내용이 학생들의 관심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서 내심으로 기뻤다.

본심사에 오른 작품들의 전반적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작품들 가운데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심사자는 심사 대상작들이 고등학생들의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산수유 이야기>를 최우수작으로, <아폴론의 주머니>를 우수작으로, 그리고 <새 폴더>와 <물의 의미>와 <달동네 이야기>를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들은 대체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나 사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사연이나 자신의 속내를 담아낸 것들인데, 그 사연이나 속내를 담아내는 미감이나 상상력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탁월하였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산수유 이야기>는 특히 그러하였다.

<산수유 이야기>는 지리산 자락에서 평생 동안 산수유 씨를 벗기면서 생계를 유지해 온 할머니에 대한 공감을 아름답게 담아낸 작품이다. 할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손주의 따뜻한 시선, 지리산 자락의 노을, 산수유 열매의 빨간 색감과 달콤한 향 등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인생을 대하는 시선이나 감각이 너무도 어른스러운 듯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적절한 비약 속에서 말을 아름답게 부리는 솜씨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번 서울시립대문화상 시 부문 본심 심사자로서, 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을 비롯한 수상자들에게는 축하를, 수상을 하지 못한 많은 친구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심사위원  류순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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