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에 좀 더 있다 가라는 부모님의 말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와 가족이 생각보다 그렇게 가깝고 편한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마음은 더더욱 불편해진다. 가족들을 보는 건 좋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과의 대화는 누구에게나 어색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마땅히 할 얘기도 없지만 자칫하면 잔소리를 듣지 않을까, 싸움이 붙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다. 고향집에 가면 맛있는 음식이며 옷가지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찝찝하다.

영화 <동경가족>은 그런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은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에는 도쿄에서 성공적으로 독립한 자식들, 그런 자식들을 보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도쿄에 여행을 온 노쇠한 부부가 등장한다. 영화는 도쿄에서의 첫 가족모임으로 시작된다. 도쿄는 노부부에게 낯설고 겁나지만 자식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공간이다. 반면 자식들에게는 매일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공간이다. 그 와중에 자신들을 보겠다고 온 부모님까지 챙기려면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해서 더욱 불편한 만남. 이따금씩 우리를 찾아오는 그 어색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기적인 자신과 마주한다. 돈을 써서라도 시내 구경을 시켜드리며 집이 아닌 호텔에 모시는 게 편하다. 이런 행동들이 순전히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행동임에도 자식들은 이것 역시 효도라며 스스로 위안 삼는다.

“ 여보, 자식들은 부모 뜻대로 되지 않는구려 ”

▲ <동경가족> (2013)
▲ <동경이야기> (1953)
하지만 이런 행동을 하는 우리도 사실은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 정답을 알고 있다. 부모님에게 필요한 건 겉만 번지르르한 관광이 아닌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가족들과의 시간이라는 것. 그 정답을 알면서도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운운하며 취업 준비 때문에, 직장 때문에 가족을 외면한다. 그 사이 우리의 부모님은 늙어갈 것이고 나는 더 이기적으로 나만을 위해 살 것이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은 예고 없이 덜컥 찾아온다. 인간이 노력해서 어찌할 수 있는 죽음이 아니지만 ‘살아계실 때 더 잘할 걸’이라는 후회는 남는다.

영화 <동경가족>은 1954년 개봉한 영화 <동경 이야기>의 60주년을 맞아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6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동경가족, 아니 우리 가족 모두는 여전히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고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내 마음속 깊이 숨겨둔 미안함과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 영화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부모님과 함께 본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혼자라도 좋다.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오랜 시간 마음속에만 있던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낯설던 부모님과의 만남을 조금 더 편하게는 해줄 것이다.

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동경이야기> (오즈 야스지로, 1953)
-  <귀향>(페드로 알모도바르, 2006)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2013)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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