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을 90도 굽혀서 손을 오른쪽 팔꿈치에 갖다 댄 뒤, 오른쪽 팔을 뻗어 명함을 내밀며 말한다. “서울시립대신문사 서현준 기자입니다” 이젠 내가 받을 차례다. “반갑습니다. 대학본부 홍길동입니다” 인터뷰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이 짓을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보도부장이 됐다.
 
처음 인터뷰할 때 명함을 건넸던 건 그저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 처음에 무엇부터 할지 몰라서였다. 하지만 지금 명함을 건네는 건 인터뷰 전 다시 한 번 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다. 이처럼 명함에는 자신감, 이성, 자존심, 사명감 등이 들어있다. 내 명함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왜 이곳에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함은 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이동했을지 몰라도 속에 들어있는 영혼은 나에게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명함은 나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이 가로 9cm, 세로 5cm의 미학, 명함의 미학이다. 이 작은 종이 안에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혹자는 이걸 보고 ‘어른 놀이하고 있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맞다. 어른 놀이다. 어른인 척을 한다.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놈이 기자랍시고 허세를 부리고 다니니 꼴같잖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만해도 잘 난척 하냐고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머쓱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축구공을 갖고 놀던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듯이 나도 이 놀이를 하다 어른이 될 수 있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할 것이다. 자신감과 사명감을 가진 이성적인 어른, 고작 명함 한 개로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꽤나 값싼 가격이지 않은가. 그러나 아직 명함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다.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돌려야 할 명함은 산더미고 얻어야 할 대학본부 명함도 많다. 고작 있는 것이 각 처 부처장, 주무관 명함 몇 개다. 수습기자 때 명함이 없어서 못 얻은 명함들이 아쉽다. 또 정기자 때 실수로 못 챙긴 명함들도 생각난다. 아마 대학본부의 명함을 모두 모으려면 적어도 앞으로 2년은 더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있는 명함을 다 써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다 모으는 날이 온다면 그 때 대학본부의 구성원들은 ‘서울시립대신문 서현준 기자’에 대해서 얘기를 할까? 그런 날이 바로 가로 9cm, 세로 5cm의 미학이 빛을 보는 날이리라.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주인공은 “해적왕이 될 거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명함왕이 될거야”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본부의 모든 명함을 모을 그날까지 인터뷰는 계속된다.


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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