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의 질을 정량화시켜 이를 기준으로 서열화하는 대학순위평가는 대학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뜻을 비쳤다. 뜻하지 않던 평가를 당하며 혹시나 우리대학 평가가 안 좋을지 걱정하던 각 대학의 구성원들은 이 소식이 반가울 것이다.

재미있게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대학 서열화를 비판하는 모임인 ‘투명가방끈모임’은 고려대 총학생회가 본질적인 문제는 피해간 채 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만을 비판하고 있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고려대 총학생회의 슬로건을 패러디해가면서까지 비판했다. 같은 길을 가는 고려대 총학생회에게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모습이 그다지 아름답게 비치지는 않는다.

분명 고려대 총학생회의 행동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대학의 서열화를 거부한다는 취지를 드러내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려대 총학생회는 기존의 사회가 강요하는 질서를 거부하고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용기 있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야심차게 시작한 행동이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서툰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앞으로 분명 더 성장할 것이다. 그 증거로 경희대, 한양대 등 다양한 대학들이 대학평가 거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대학평가거부에 첫 발을 내딛은 고려대 총학생회에 섣불리 딴지를 건 투명가방끈모임은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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