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길을 걸을 때 혼자 하교하는 여학생들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생각해본 적 있는가. 혹은 청량리 주변에 사시는 독거노인 분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 주변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관심에만 그치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관심을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긴 ‘동네활력소’가 있다.

▲ 마을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모습

자취생들의 모임에서 비롯돼 지역·대학에서 사업 지원 받아

동네활력소는 지난해 5월에 만들어진 지역 공동체 소모임이다. 동네활력소는 ▲시립대 안전지도 ▲좋쿠나(좋은 쿠폰 나눠요) ▲청량리와 회기 사이(페이스북 페이지) ▲모둠밥 ▲마을학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동네활력소 모임의 대표인 김용운(컴과 08)씨는 “처음에 류한우(행정 04)형이 먼저 제안을 해왔다. 자취생들끼리 서로 모여서 뭔가를 해보면 재밌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렇게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같이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며 이어 “학생들끼리 모여 재밌는 활동을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이라 생각한다. 그때부터 동네에서 다양한 것을 해보자며 사람들을 모아서 진행하게 됐다”고 동네활력소를 시작하게 된 취지를 소개했다.

모임의 일원인 김건희(토목공학 12)씨는 “초창기에는 동네활력소에서 진행하던 사업의 한 참가자였다. 그러다가 운영진들의 제의를 받고 뜻이 맞아 함께하게 됐다. 동네활력소 활동을 하다 보면 마을 공동체를 위해 이웃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고향을 떠나서 학교 주변에서 거주해 외로웠는데 이웃을 만나 친해질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를 우리 손으로 가꾸자는 취지가 인상적이었다”며 동네활력소에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동네활력소는 주로 지역 사업에 참여해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작년에는 서울시의 지역맞춤형 안전마을 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시립대 안전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김용운 씨는 “야밤에는 쪽문이나 후문 쪽으로 여자 혼자 다니기 쉽지 않다. 때문에 쪽문과 후문에 거주하는 여성들을 위해 이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둠밥은 ‘UOS 전공연계 재능 나눔 사회공헌프로그램’에서 지원받아 이루어진 사업이다. 모둠밥은 공동 밥상 같은 개념으로 자취생들이 모여 밥을 만들 때 조금 더 만들어서 주변에 혼자 사는 분들과 함께 나눠먹는 것이다. 모둠밥은 작년 겨울방학과 올해 설 전후, 여름방학, 추석 전후에도 진행됐다. 김건희 씨는 “지난 추석 전에는 명절음식을 만들어 학교 주변 독거노인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다. 청량리 주변에 허름한 골목들이 많고 홀로 외로이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 나눠드린 음식을 드시고 매우 고마워하셨다”고 말했다.


학생과 주민이 함께한 마을학교 “이를 계기로 지역별 소모임 늘어났으면”

지난 23일부터 법학관과 주변 동네에서 동네활력소 주관으로 마을학교 수업이 열렸다. 이 사업은 동대문구 주민제안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수업 내용은 사전에 대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수업에 대한 의견을 받아 구성됐다. 수강생들에게 인기 있는 과목과 현실적인 여건들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총 4개의 수업이 열렸다. 홍보는 우리대학 주변에 포스터를 붙이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뤄졌다. 김용운 씨는 “메일로 신청을 받았는데 200여명이 넘게 지원을 해왔다. 4개의 수업이라해도 총원을 불과 60명밖에 모집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수강생들을 선발할 때는 대학생과 지역 주민의 비율과 수강생의 성비 등을 고려하여 이뤄졌다”고 말했다.

팔찌 만들기, 캘리그라피, 제과제빵, 스포츠 마사지의 다양한 수업들이 지난주부터 열려 앞으로 4주 동안 운영된다. 팔찌 만들기 수업에 참여한 지역주민 A씨는 “휘경중 주변 아파트 단지에 붙어있는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수업을 운영하는 학생들이 친절하고 강사분이 자세히 가르쳐줘서 첫 시간임에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무언가를 새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수강생 김덕유(건축 11)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마을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 수강료도 저렴할 뿐더러 학교 안에서 진행돼 부담이 없었다. 생각보다 알차고 좋은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마을학교를 시작으로 지역별 소모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김용운 씨는 “대학생들이 자취를 하면 그 동네에 그냥 잠깐 머물렀다  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취생들이 동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아쉬웠다. 하지만 동네활력소 활동을 하며 동네에 관심을 갖다 보니 개선하고 싶은 점들이 보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기획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며 “자취를 하며 동네를 많이 지나다녔지만 이웃들과 친해질 접점이 없었다. 동네활력소가 그 계기가 되어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었다. 이런 작은 활동들이 많아져 지역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_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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