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의 성추행 문제가 또 다시 터졌다. 이번에 바통을 넘겨받은 사람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다. 그의 나이 올해로 77세, 공자가 신선이 됐다는 바로 그 나이다. 하지만 박 전 의장은 나이를 허투루 먹었나 보다. 그는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을 수차례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 자리는 부부동반 자리였다고 한다. 국회의장까지 했던 사람이 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성추행을 할 만큼의 낮은 자제력 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신묘한 언변에 있다. 화술이 어찌나 탁월한지 그의 발언을 듣다 보면 부처도 화를 낼 것만 같다. 그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어깨, 등을 치거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는데 그때 한 번만 싫은 표정을 지었으면 그랬겠냐?”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자신의 범행사실을 뉘우치기보다 피해 여성의 표정부터 탓하는 뻔뻔함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박 전 의장의 몇몇 발언은 그의 상식 수준을 의심케 할 정도다.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는 핑계를 들으니 몇 번 더 귀여워했다가는 전자발찌 차시겠다.

박 전 의장은 피해 여성과 합의를 했지만 여전히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정치계에서 이런 추태가 벌어질 때마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국민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냄새가.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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