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숙의 알림판에 붙어있는 공고문들
40㎡이하 서울 원룸주택의 월세는 평균 41만 7000원이다. 대학생들이 주거비를 부담하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월 15만원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있다.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의 지원으로 건립된 지방학숙(학사)은 서울에 상경한 지방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이들 학숙은 주거공간 뿐 아니라 도서실, 체력단련실, 세탁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월 이용료에는 하루 세 끼의 식비도 포함돼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숙은 ‘효도 기숙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학숙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숙에는 많은 수의 인원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단체 생활을 위한 규칙이 불가피한데, 몇몇 학숙들의 규칙들은 지나친 규제가 되어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범하기도 한다.


학생 불만 사는 학숙 운영·규칙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들어오면 늦은 밤이다. 씻으려고 하면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하절기에는 어떻게든 씻을 수 있었지만 점점 날이 추워지고 있어서 미지근한 물로는 샤워하기가 힘들다. 매번 씻을 때마다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남도학숙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학생의 말이다. 같은 학숙에 살고 있는 다른 학생 역시 “통금시간이 12시라면 온수가 12시 30분까지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지되어 있는 온수 집중 공급시간과 실제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아침에는 오전 9시까지라고 공지되어 있는 온수 공급시간과 달리 8시만 되면 물이 미지근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숙의 재정을 절약한다는 명목 하에 실시되는 학사운영은 때로는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한다.

지난 8월 남도학숙은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던 독서실의 이용 시간을 오전 6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로 제한했다. 학숙에서 새벽에 독서실을 이용하는 학생 수를 점검해보니 이용 학생 수가 4명 이하인 것이 확인되었고, 이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오전 2시부터 6시까지는 독서실 이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남도학숙에 거주하고 있는 다른 학생은 “해당 시간에 독서실을 이용하던 소수의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방 안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은 여건상 불가능하다. 독서실을 이용하는 학생이 단 한 명이더라도 그 학생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숙에는 사생이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의무적인 조항들이 존재한다. 충북학사에는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재사를 위한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자격제한 규정들이 있다. 이 자격제한 규정에는 ▲학사 재사기간 중 학기별로 학사주관행사 및 특강에 3회 이상, 그리고 봉사활동에 1회 이상 참여하지 아니한 자 ▲매 학기(학기별 2회) 학사 예절교육에 연간 1회 이상 참여하지 아니한 자와 같은 규정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 규정들이 사생들의 대학 생활에 제한을 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충북학사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학사 측이 학생들을 배려하기보다는 학사에 묶어 놓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사 동아리 활동에 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예절교육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재사에서 탈락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학숙 일정과 대학 생활의 일정이 부딪치면 대학 생활 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원활하지 않은 쌍방간 의사소통

더 큰 문제는 사생들과 학숙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A학숙은 최근 몇 년간 시설 및 환경 정비를 위해 2월에 일정 기간 동안 휴관을 해왔다. 휴관을 하는 기간이 몇 주나 되기 때문에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개인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A학숙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대학의 한 학생은 “올해 휴관 기간 동안 서울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같이 지냈다.

휴관을 하기 전에 사전 수요조사 등을 통해 학숙에 남기 원하는 인원들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사생들이 매년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지만 의사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일방적인 통보처럼 느껴진다. 학숙에서 조금 더 열린 자세로 사생들의 의견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숙에 거주하고 있는 다른 학생은 “냉난방 시설이 몹시 열악하다. 하지만 개인 전열기구는 아예 반입이 불가능하고 선풍기는 장학부에 등록하고 사용해야만 한다. 매년 사생과 학숙이 갈등을 빚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학숙은 자율회를 운영한다. 자율회는 사생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재사생 자치기구다. 자율회는 사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자율회의 목소리에는 큰 힘이 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회의 구성원인 한 학생은 “사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회가 건의한 사항들이 반영돼 개선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사생들과 학숙 간의 소통이 매번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안을 놓고 서로 설전을 벌이고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 학숙 측에서도 운영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쌍방의 입장차가 클 때가 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계속 건의할 입장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_ 조준형 기자 no1control@uos.ac.kr
사진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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