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그룹(이하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의 입찰경쟁이 붙었던 삼성동 일대의 한국전력(이하 한전)부지가 결국 현대차에게로 돌아갔다. 현대차는 감정가인 3조 3346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원을 제시해 한전부지를 낙찰 받았다. 현대차는 낙찰 받은 한전부지에 2020년까지 전 계열사를 아우를 수 있는 초고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이하 GBC)'를 건설하는 동시에 자동차 테마파크, 한류체험 공간 등을 두루 조성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의 GBC 건설계획에 대해 현대차가 ‘마천루의 저주’에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있다. 초고층빌딩 건설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한번씩 거론되는 마천루의 저주, 그 진실은 무엇일까.


경제위기 속 마천루

마천루의 저주는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였던 로렌스가 처음 제기한 가설로 초고층빌딩의 건설이 경제위기의 신호역할을 한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기에는 우스갯소리 같아 보일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초고층빌딩의 건설이 경제위기의 신호가 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마천루의 저주 사례는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두바이의 버즈칼리파 등을 들 수 있다. 1929년 뉴욕 월가의 뉴욕주식거래소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데서 발단된 대공황은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활동을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했는데,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완공 시기는 1931년으로 공교롭게도 대공황과 시기가 겹쳤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칼리파는 828m에 달하는 초고층빌딩으로 2000년대 중반에 착공을 시작해 2010년에 완공됐다.

한편 서브프라임모기지1)의 후유증으로 생겨난 리먼 사태2)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두바이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두바이는 자금난에 빠졌고 결국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두바이는 버즈칼리파 건설을 위해 아부다비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버즈두바이라는 옛 이름을 버리고 버즈칼리파로 그 이름을 바꾸게 된다. 버즈칼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됐지만 이는 두바이에게 있어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이 외에도 마천루의 저주라고 불리는 사례는 많다.(<표>참고)

 


마천루의 저주는 왜 생겨났을까

왜 초고층빌딩을 지으면 경제위기가 뒤따라오는 것일까. 진짜 저주라도 걸린 게 아닌 이상 초고층빌딩을 짓는 것이 경제위기를 몰고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마천루의 저주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들은 경기변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경기 호황기에는 화폐의 순환이 활발하고 통화 공급량이 많다. 통화 공급량이 많으면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는 하락한다.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화폐를 보유하기보다는 부동산과 같은 장기자본재를 소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토지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토지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좀 더 자본집약적인 건물을 짓는다. 이것이 호황기에 초고층빌딩이 지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이유는 호황기에는 자금조달이 쉽다는 것이다. 초고층빌딩의 경우 그 건설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신경제연구소 황규완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50층 이상의 건물을 지으면 적자라는 말을 한다. 건물을 위로 올릴수록 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반면에 임대료 등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호황기에는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자율도 하락한다. 낮은 이자율 덕분에 초고층빌딩을 지을 때 필요한 자금조달이 용이한 것이다.

호황기에는 초고층빌딩을 지을 때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다. 경기는 호황, 후퇴, 불황, 회복을 반복하며 변동한다. 따라서 호황기가 일정기간 진행되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경기가 식으면 경기는 불황기에 접어들게 된다. 호황기에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대규모 신축계획을 세우던 건설주체들은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돼 결국 ‘마천루의 저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도 마천루라고 불릴만한 많은 초고층빌딩들이 존재한다. 목동 하이패리온타워(256m), 도곡동 삼성타워팰리스(264m), 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321m) 등이 그 예다. 그리고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123층, 555m로 우리나라 최고 높이의 건물이 된다. 최근 현대차가 매입한 한전부지에도 초고층의 GBC가 지어진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언론에서는 마천루의 저주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에 관해 황 연구원은 “현대차는 수익성을 기대하고 한전부지를 10조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매입한 게 아니다. 한전부지 공간들을 계열사의 통합사옥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통합사옥을 통해 얻는 시너지효과가 임대료 수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 황 연구원은 “초고층빌딩의 건설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개발을 완료하느냐다. 한전부지의 매입가가 약 10조이므로 매입비용 대한 이자만 해도 엄청난 금액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GBC 건설을 빠르게 추진한다면 마천루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는 마천루가 계속 지어지겠지만 마천루를 짓는다고 해서 항상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황 연구원은 “초고층빌딩을 지은 기업이 모두 망한 것은 아니다. 단지 망했다는 이유에서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고 마천루의 저주로 불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빌딩을 짓는 경제주체들이 현명하게 판단한다면 마천루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1)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상품.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우대금리보다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2) 리먼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칭하는 말로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참고_ 허자연 외, 「초고층건물의 건설이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013년 6월호

 

유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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