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 경제적 능력도 없으면서 사치를 일삼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다.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떠오른 이 단어는 이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단어가 됐다. ‘된장녀’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마음속에 ‘사치’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된장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비싼 커피전문점에 가는 모습일 것이다. 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사치스럽다 생각하며 아니꼽게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모습을 비난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작은’ 사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치란 본래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과도하게 쓰는 것이라 작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할 수 있다. 사치는 분명 자신의 경제적 능력보다 과한 소비를 일컫는 말이지만, 작은 사치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작은 사치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소비자들이 적게 소비하고도 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하는 ‘합리적’인 행위다. 돈이 없다고 해서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우리는 늘 소비해야만 하고,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소비하고 싶은 것을 소비하지 못하고 계속 억누르기만 한다면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은 소비 욕구를 발산하고자 하는 욕망과 경제적 제약 사이에서 갈등하던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작은 사치의 예를 드는 것은 간단하다. 식사를 한 후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고급 원두로 추출한 커피와 디저트를 소비하는 행위가 바로 작은 사치다. 우리가 된장녀라 손가락질했던 모습도 사실 이런 작은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흔히 경제학에서는 소비를 통해 얻은 소비자의 편익을 ‘효용’이라고 표현한다. 소비를 통해 얻은 효용이 그 재화의 가격보다 클 때, 그 소비는 합리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사치의 경우, 남들이 볼 때는 그 소비가 사치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소비자가 얻은 효용은 그 재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단순한 만족감 이상일 수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소비를 통해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소비 욕구를 해소할 수 있고 절약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꽉 막힌 우리 일상에 작은 사치는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탈출구가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작은 사치라고 부를 수 있는 소비행위가 있는가? 없다면 한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유예지 기획부장 yy023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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