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대화내용이 검찰에 공개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검열 받지 않는 새로운 메신저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안이 좋다는 외국산 메신저 텔레그램이 급격히 인기를 얻었고 한국어판 메신저도 이내 출시됐다. 국가도, 그 국가의 기업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외국 제품으로 옮겨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동안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질소 과자 논란은 더 싼 수입산 과자를 국내 시장에 끌어들였다. 많은 소비자들이 비싼 국산과자 대신 싸고 양 많은 수입과자를 더 많이 사먹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부쩍 자주 눈에 띄는 수입과자 가게가 그 방증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핸드폰 시장의 보조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그마저도 비싼 요금제를 써야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기존에 보조금 지급의 차이로 소비자들 사이에 핸드폰 값이 차별적으로 적용된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시장 질서라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기업친화적 정책이다. 결국 핸드폰조차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다.

한 때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물건을 사줘야 나라가 산다고 믿었던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도 나라도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신뢰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소비가 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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