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하늘에 붉은 달이 떴다.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지는 월식이 일어난 것이다. 이 날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뜨는 과정부터 부분월식을 거쳐 1시간 동안 일어난 개기월식까지 월식의 전 과정이 관측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기월식은 2011년 12월 이후 3년만에 관측된 현상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붉은 달에 숨은 과학 원리들을 알아보자.


월식의 원리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달은 지구의 주위를 공전한다. 그 과정에서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위치하는 때가 있다. 이때 달은 보름달 형태를 띠며, 지구 그림자에 의해 달이 가려지게 된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할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이 내는 빛을 지구가 가리면 달은 어두워지게 된다. 이것이 월식이 일어나는 이유다.
월식은 달 전체가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월식으로 나뉜다. 달이 태양의 본그림자1)에 완전히 들어가면 개기월식, 일부가 들어가면 부분월식이 일어난다. 한편 달이 반그림자2)에 들어갔을 때를 반영식이라 하는데, 이때는 달의 밝기가 별로 줄지 않으므로 관측되지 않는다.

▲ 월식이 일어나는 원리

왜 붉게 보일까?

반영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개기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태양이 까맣게 보인다. 그래서 개기월식 또한 지구의 그림자에 달이 가려진 것이니 달이 아예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개기월식 때는 그대로 보름달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빛의 산란 때문이다. 햇빛은 모든 빛깔이 섞여 있는 전자기파의 일종인데 대기를 통과해 들어오다 여러 가지 공기 등의 입자를 만나면 그 빛이 분리돼 사방으로 퍼지게 된다. 가시광선 영역 중에서도 특히 짧은 파장의 빛은 산란이 더 잘 일어난다. 파장에 따라서 빛의 색깔은 달라지는데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순서로 파장은 짧아진다. 따라서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의 빛은 산란이 잘 일어나지만, 파장이 긴 붉은 계열의 빛은 산란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의 가시광선 중 푸른 빛의 파장은 지구 대기층을 지나며 산란돼 달 표면까지 도달할 수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산란이 덜 일어난 붉은 빛은 달 표면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달 표면에 도달한 붉은 빛이 다시 반사돼 우리 눈에는 붉은 달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왜 자주 볼 수 없는 걸까?

이번 개기월식이 더 반가운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3년만에 관측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월식을 자주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월식이 일어나더라도 그 시점에 우리나라가 낮인 경우 관측되지 않는다. 그러나 관측상의 어려움을 떠나 월식은 그 자체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름달이 떴을 때 찾아온다고 알려진 월식은 사실 보름 때마다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달의 궤도면인 백도면이 지구의 궤도면인 황도면과 약 5° 가량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백도와 황도가 교차하는 교점은 두 개인데, 교점 근처에 태양이 있을 때 월식과 일식이 일어난다. 이러한 때는 보통 1년에 2~3회 정도이다. 월식이 관측되기 위해서는 먼저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위치해야 하는데 보름달이 뜨더라도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놓여있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름달이 한 달을 주기로 뜨는 반면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에 위치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긴 주기를 갖는 까닭이다. 아쉽지만 이번 월식을 놓친 사람은 붉은 달을 보려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1) 지구나 달그림자가 태양빛을 모두 가려 어둡게 된 부분
2) 지구나 달그림자 중 태양빛이 일부 들어가 있는 부분


글_ 유예지 기자 yy0237@uos.ac.kr
그림_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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