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우리대학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생들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한편 대학원생들은 비교적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에도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존재하던 시절은 있었다. 1990년에 만들어진 대학생 총학생회 혹은 대학생 원우회라는 조직이 그것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대학원생들의 연구활동을 돕고 권익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힘겹게 명맥을 잇던 원우회는 10년이 채 지나기 전 사라져 버렸다.
소통의 창구가 전무한 현재 상황에 대해 대학원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대학원생으로서 지내기 어떤가. 논문 투고비나 지도교수와의 불화 등 대학생 때 느껴보지 못한 어려움이 있을까
A(공대 대학원 박사과정) : (생활 면에서 보자면) 연구비가 나오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학교에서 큰 정책을 진행하거나 서울시에서 정책을 할 때 대학원생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할 때도 학부생들에게 혜택을 줄 뿐 대학원생에게는 해당하는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고 나서는 대학원생을 위한 예산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 연구비나 사무용품과 관련해서 운용 폭이 매우 좁아졌다.
B(인문대 대학원 박사 수료) : 논문 투고비는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것 같다. 투고비가 적거나 무료인 학회도 있어서 별로 불만은 없다. 그것보다 학업과 병행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불만이다. 공대생의 경우 자체 인력이나 용역 같은 형태로 일을 하면서 연구를 하는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갖춰져 있지만 인문대의 경우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인문학이 어려움을 겪고는 있다. 하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의 대학원생들은 학교에서 시간강사로서 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우리보다 낫다. 연구환경 구축도 잘 돼있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고려대의 경우는 민족연구위원회가 있어서 대학원생들이 사전을 만드는 사업에 투입된다고 한다. 다른 대학도 우리보다는 연구환경 구축이 잘 돼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연구환경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대학이 대학원생들에게 썩 좋은 대학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C(도시과학대 대학원 석사과정) : 학술연구 및 프로젝트 외에도 추가적으로 지도교수와 관련된, 연구활동과는 무관한 사항까지 관리할 때가 있다 보니 시간적으로 빠듯한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 근처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차 끊기기 전에 일을 못 마칠 경우 반강제적으로 밤을 새거나 택시를 타고 복귀하여 추가적으로 금전이 지출되었던 적이 있다.

 
주변 대학원생들은 어떤가. 주변에서도 여러 가지 불만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A : 연구환경이 어렵다기보다는 연구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원생들은 졸업을 하려면 논문을 써야 하고 이 모든 권한은 지도교수에게 달려있다. 타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수 주도 하에 논문 데이터를 조작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교내 감사에서 적발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원생 사회에도 알게 모르게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C : 밤샘작업 같은 경우에는 사회에서 대기업-하청업체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 같다.
A : 학부생들의 학생회처럼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자치기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적극적인 소수의 대학원생들만 직접 건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학교 측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대학원생 자치기구가 생긴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나
A : 예산 관련해서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한다. 연구시설이 잘 갖춰지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이 보장됐으면 좋겠다. 올해는 딱히 문제가 없지만 작년에는 많은 실험설비들에 문제가 생겼다.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쓰던 사람들이 진행하던 실험들이 한 달 정도 늦춰진 적이 있다. 어떻게 대안을 찾아서 졸업에 지장이 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실험설비를 유지하는 예산이 부족한데 우리는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만 듣지 원인이나 대책 같은 건 듣지 못하는 상태다.

 
대학원생들의 학생자치기구가 생긴다면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일 것 같나.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불편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C : 학부 총학생회의 성과를 여러 번 지켜본 입장에서는 여러 단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한다든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반적으로 ‘공무원 마인드’를 보이고 있는 우리대학에서는 말이다.
A : 영향력을 논하기 이전에 솔직히 학생자치기구가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통 대학원생은 타 학교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또 다들 연구 활동에 지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마음이 무뎌지는 것 같다.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석사의 경우에도 2년 정도만 학교에 몸담을 뿐 출신 대학들이 다르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B : 대학원생 사회를 위해 노력할 대학원생들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타 대학원들의 학생모임, 즉 원우회의 사례로 경희대가 있다. 그런 곳의 원우회는 언론대학원 등 특수 대학원이 많아 존재할 수 있지만 그나마도 학생사회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하나의 사교 모임에 불과하다고 들었다. 한편으론 나 역시 학생자치기구를 통해 나의 이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권을 주장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어차피 학생자치기구가 무용지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인가
B :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내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학교 전체에 나눠질 자원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내가 목소리를 내면 누군가의 몫을 뺏어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학교 측에 소리를 내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냥 대학에서 서울시에 목소리를 내 전체적인 자원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들은 기성회계도 없어지고 반값등록금 정책도 시행되면서 나빠진 학교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봤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학교도 안쓰럽다. 학교 기업에서 만드는 고구마라도 팔아주고 싶은 입장이다.
C : 우려되는 점도 있다. 연구실마다 운영하는 시스템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총학생회가 개설돼 연구실 운영에 간섭이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이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대다수의 박사과정에 계신 분들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단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실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학생자치기구가 생기면 인문계 분야와 이공계 분야 간의 학문 교류가 늘어나 융·복합 학문을 지향하는 지금의 학계 경향도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 : 만약 자치기구가 생긴다면 공익을 도모하는 기구였으면 좋겠다. 개개인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한다.
C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치기구에 대한 설립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원 내에는 석사과정 재학생뿐만 아니라 박사과정 재학생, 더 나아가 박사과정 수료 후 연구교수로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모든 계층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3명의 이야기를 각각 듣고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정리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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