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판단할 때 그의 능력을 끌어들여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을 ‘정치만 잘하면 되지’라는 말로 옹호하고 금융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게는 ‘경제만 잘 살리면 되지’라는 말로 면죄부를 내린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능력이 출중함과 상관없이 잘못을 했으면 응당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도덕불감증이라는 말이 오르내리는 현재, 이 도덕불감증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도덕불감증에 빠져들게 된다.

최근 가수 엠씨몽이 새 앨범을 내며 연예계로 복귀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고의로 발치를 한 후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잠적했던 그의 복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열띤 논쟁 속에서 익숙한 논리가 등장했다. “그만 용서하자. 음악만 잘 만들면 되지.” 그가 만든 앨범의 도발적인 제목과 가사, 과거행실의 잘잘못을 떠나서 위와 같은 말을 보니 개운치 않다.

사실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음악과 그의 과거 행적을 무리하게 엮어가며 그의 활동을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잘못을 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엠씨몽은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뻔뻔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될 것이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음악만 잘 만들면 되지 않나. 그를 용서하자’라는 어쭙잖은 사족을 떼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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