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반 고흐 : 10년의 기록 展

성직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화가의 삶을 선택한 고흐. 고흐는 초창기 농민화가로 활동한다. 그 후 화가 일생의 중반부에 화려한 색채로 대표되는 자신의 화법도 찾는다. 하지만 그는 고갱과의 다툼 후 자신의 귀를 자르고 결국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눠 자살하는 비극적인 삶을 선택한다. <반 고흐 : 10년의 기록 展> 전시는 이러한 고흐의 일대기를 그의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 <반 고흐 : 10년의 기록 展> 포스터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한참을 헤매고 나니 전쟁기념관 오른쪽 구석에 자리한 전시장이 보인다. 미리 예매해둔 표를 받아 들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입구의 계단 옆 벽에는 파란 색채가 강렬한 고흐의 그림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시를 보기 전부터 고흐의 색채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계단을 내려와 고흐의 초상화 앞에 서면 누구라도 자연스레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이다.

이 전시는 고흐의 삶을 ‘Early life’, ‘Young artist’, ‘Paris’, ‘Arles~Saint remy’, ‘Auvers -sur-oise’ 총 5시기로 나눠 소개한다. 5개로 나뉜 전시장은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준다. 뭐부터 관람할지 모르겠다면 안내원을 붙잡고 물어보길 권유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해바라기>라는 대표작을 남긴 ‘Arles~Saint remy’ 시기지만 이 전시의 진가는 우리가 잘 모르는 고흐의 모습을 담아낸 ‘Early life’에 있다.
‘Early life’는 고흐의 초기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고흐 특유의 화법인 화려한 색채를 기대하고 전시장에 들어간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고흐 작품이라기엔 조금 낯선 고요한 색채와 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초기작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 고흐의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하지만 이 전시관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고흐의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넓은 스크린에 나타난 화려한 색채의 고흐 그림
‘Paris’ 시기에는 고흐의 밝은 화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전시장 스크린에는 고흐의 여러 그림들이 번갈아 나타난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스크린이 한 번에 <꽃이 만발한 초원>으로 바뀐다. 점묘법을 이용해 밝은 화풍의 초록색 색채가 뚜렷이 나타난 이 작품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뒤이어 ‘Auvers -sur-oise’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가 자살을 하기 직전 시기의 그림은 자신이 잠깐 머물렀던 오베르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 주를 이룬다. 이 풍경은 단조롭다 못해 고요함까지 느껴진다.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에는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 보는 이에게 고흐의 죽음이 보다 가깝게 다가온다.

고흐의 10년의 삶이 기획된 전시를 다 돌고 나면 고흐의 비극적인 삶이 더 와 닿는다. 그가 고통과 이별하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남긴 ‘고통은 영원하다’라는 유언은 안타까움을 더 심화시킨다. <반 고흐 : 10년의 기록 展>은 비극적인 삶과 맞물린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전시가 될 것이다.

 

글·사진_ 유수인 기자
miinsusan3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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