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음악이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
최근 <나는 가수다>, <히든싱어>, <불후의 명곡> 등 기존의 음악을 재해석해 부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인기를 끌면서 이승환이나 이선희, 윤종신 등 8·90년대 가요계를 이끌었던 가수들의 음악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무려 8년 전인 2006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위너의 ‘공허해’, 블락비의 ‘HER’ 같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함께 가온차트* 10월 월간순위에 올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최신 가요’와는 거리가 있는 곡이지만 최근 이승환이 <히든싱어> 출연 이후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옛날’ 음악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8·90년대에 1·20대를 보냈던 현 세대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함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그 연령대가 아닌 대중들에게는 아이돌 음악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옛날 음악들이 인기를 끌며 차트에 재진입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요즘 차트는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음악을 아우르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TV 방송의 힘이 없었으면 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들을 만한 음악을 ‘보여주는’ 매체

2010년 이후의 음악계는 말 그대로 ‘아이돌 전성시대’였다. 2010년 가온차트 연간 다운로드 종합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2AM, 소녀시대, miss A, 티아라, 카라, 씨엔블루, 원더걸스 등은 모두 아이돌 가수들이다. 이후 아이돌은 유일무이한 음악시장의 성공 공식, 혹은 다른 선택지를 생각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처럼 여겨졌다. 기획사는 앞다퉈 수많은 신인 아이돌을 배출해냈다. 아이돌 열풍은 꺼지지않고 걸그룹 전성기와 보이그룹 전성기로 그 맥을 번갈아 이어오면서 음악시장을 계속 이끌어왔다.

이러한 흐름이 변화를 맞은 건 <슈퍼스타 K>의 성공 이후였다. 인기 차트에는 아직 앨범 한 장 내지 않은 ‘일반인’이 부르는 노래가 종종 올라왔다. 사람들은 가창력을 갖춘 일반인들의 새로운 목소리에 열광했다. 그들의 리메이크곡이 인기를 끌었고 그 원곡까지 재주목 받기도 했다. 그 이후  버스커버스커, 악동뮤지션, 로이킴 등 오디션 출신의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에일리 역시 방송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가창력을 인정 받아 신인임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방법이 오디션이든, 흘러간 노래를 다시 부르는 예능이든 간에 낯선 목소리의 가수라도 단 기간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것이다. 안소정(도시사회 14)씨는 “예전에는 TV를 틀면 아이돌 음악만 나왔던 것 같다. 물론 처음에 아이돌이 나왔을 때는 세대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이후에 계속해서 아이돌이 많이 나오고 TV 방송 어디서든 아이돌만 나와 정말로 들을 만한 음악은 찾기 어려웠다고 느꼈다”며 “요즘에는 방송을 통해 여러 가수들의 노래가 나와서 아이돌이 아닌 노래를 원하는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이 만들어낸 유행 실질적인 음악 시장 다양화는 아냐

기존에는 주말 음악프로그램이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TV 방송이었던 것과 달리 이제 우리는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방송에 나온 옛날 음악들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도 못한 연령층에게까지 재조명될 기회를 얻었다. 동시에 그 자체로도 화제 거리가 된다. 방송 직후에 관련 음악들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곧이어 실시간 차트 순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그에 대한 방증이다. 아이돌 일색이던 차트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기존의 음악 시장이 아이돌 중심의 ‘독점 시장’에 가까웠다면 요즘의 음악 시장은 ‘독과점 시장’인 것이다. 지금의 음악 시장은 얼핏 보기에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질적으로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기 있는 음악들은 여전히 방송에 많이 나오는 음악들이다. 대중들이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경로는 주로 인기 있는 방송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에서 소개된 음악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지금의 현황에서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수동적으로 음악 선호를 결정 ‘당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음악계의 ‘신드롬’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90년대 음악인들과 그들의 음악을 우리는 새로운 흐름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금 인기를 얻고있는 90년대 음악들은 <슈퍼스타K>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거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경 음악으로 쓰였던 음악들에 제한돼 있기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요즘 90년대 음악이 주목 받는 까닭은 그 시대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방송에 노출된 횟수가 많은 것에 기인한다. 방송에 나옴으로써 대중들에게 다시금 이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뿐이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언제든 방송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송되길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음반이라는 게 팔리는 시대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접 음반을 찾아 듣고 소비했기 때문에 동네마다 음반가게가 하나 둘씩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 음악도 TV로 듣는 시대다. 다른 동료나 후배가수가 재해석해 그 노래를 불러서든 드라마에 삽입곡으로 등장하든 모두 ‘방송을 타는’ 것을 통해 인기를 얻는다.

기존의 대중음악이라 함은 현 세대의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음악은 음악시장의 생산자들이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특정 음악에 가깝다. 이에 대해 연나경(23)씨는 “현재 음악프로의 주 타겟 층은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10대들 위주이다. 좋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쉽다”며 이어 “하지만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잊힌 가수들이 주로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도 얻어 반갑다.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고도 다양한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 <김정은의 초콜릿>이나 <윤도현의 MUST>같은 프로그램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공인 음악차트

 음악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모르는 가수들의 곡을 한번쯤 좋아해 본 적이 있지 않는가? 그런 가수들의  음악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비슷한 성향의 음악이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의 곡을 준비했다. 방송으로만 음악을 접하는 이들에게 아직 방송에서 주목하진 않았지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음악인들을 기자가 직접 추천한다.  -편집자주-

 
버스커버스커에 장범준이 있다면 소란에는 고영배가 있다. 특색있는 목소리로 여심을 공략하고 있는 이 밴드는 잔잔한 발라드에서부터 발랄한 곡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무대 위에서 잘 놀면서도 뛰어난 연주실력과 가창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울랄라세션과 많이 닮아있는 스카밴드다. 락페스티벌에서 뛰어놀기 좋은 음악들을 바탕으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둘의 음악은 담담한 고백적 가사와 스트링 편곡의 풍부한 멜로디가 제법 잘 어우러진다. 이승환 특유의 비음을 좋아한다면 권순권의 보컬도 매력적이게 느껴질 것이다.


 
캐스커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는 이준오는 그 스스로 윤상의 팬을 자처하며 전자음악의 계보를 잇고 있다. 무심한 듯 내뱉는 목소리와 차가운 전자음,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은 자연스레 윤상을 떠올리게 한다.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장한빛 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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