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박 의원이 “스팀(미국 밸브사의 게임 유통 서비스)에 등록돼 있는 게임 중 한국어 지원을 하는 게임들은 모두 한국 게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박 의원은 유통 대상이 한국인이니 한국의 법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게임 심의라는 게 존재하니 게임 유통 전에 게임 심의를 필수로 받아야 하는 것은 일단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외 게임 제작사들이 한국 게임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불만이 터졌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심의 자체를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다는 점과 심의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영세 게임 제작사들이 쉽게 심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심의를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는 기자가 직접 외국인 입장이 돼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영문 사이트에는 게임위 소개와 행동강령, 통계자료, 그리고 심의 신청에 대한 안내밖에 없었습니다. 심의 신청을 하는 곳과 개발자 등록을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 흔한 이메일 주소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제 전화번호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게임 개발자가 심의를 받으려면 직접 문의를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한국어 지원을 안 하고 심의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어렵게 심의 방법을 알았다 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심의 수수료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좋아하는 <디아블로3>란 게임을 심의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일단 컴퓨터 게임이라 기초가액은 36만원입니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이용자들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기초가액에 네트워크 계수 1.5를 곱합니다. 그 다음 롤플레잉(역할 수행) 게임이라 장르 계수 4를 곱합니다. 그러면 심의 수수료로 총 216만원이 측정됩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팔기 위해 216만원이란 수수료를 먼저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해외 게임 제작사들에만 해당되는 소리가 아닙니다. 국내 게임 제작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해외의 거대한 게임 제작사들은 더 큰 수익을 위해선 이 정도의 수수료가 아깝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비도 부족한 영세 게임 제작사들은 심의를 쉽게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심의제도 때문일까요? 현재 스팀에 속한 많은 게임들이 한국어 지원을 철회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게임 심의제도가 해외 게임들의 한국어 지원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영어에 약한 국내 게이머들은 울상입니다. 해외 게임을 해보기 위해서 이젠 영어 공부밖에 답이 없습니다.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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