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열사’. 누리꾼들은 최근 김부선 씨의 행보를 보며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조직적 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째서 자신의 난방비가 지나치게 많이 청구됐는지 원인을 알기 위해 몇 백 가구의 난방비를 하나하나 대조했다. 조사 결과 실제로 ‘난방비 0원’을 낸 가구를 발견했다. 가히 충격적인 정보수집능력이다.

그녀의 노력은 아파트 비리 문제를 우리 사회에 알린 계기가 됐다. 우리가 잘 몰랐을 뿐 ‘아파트 관리비 비리’는 암암리에 행해져 오고 있었다.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 직원이 결탁해 많게는 수십억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빼돌렸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대책 역시 미흡했다. 관리비를 감독하는 공무원들은 비리에 대한 시정권고만 할 수 있을 뿐 행위 자체를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 씨의 노력으로 국정감사에서 아파트 비리가 논의되는 등 해결책 마련에 실마리가 보인다. 김 씨의 높은 시민의식이 아니었다면 영영 묻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으로 그녀는 이웃들과 갈등을 빚어 폭력 시비에 휘말리는 등 이웃관계가 상당히 악화됐다. 그녀의 행동을 폄하하는 ‘적’도 많다. 한 언론은 난방 비리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를 상당히 왜곡하면서까지 그녀의 행동을 깎아 내렸다. 사회 부조리를 바로 잡으려는 행동을 근거 없이 비난해도 되겠는가.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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