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둑뇌사*’ 사건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낯선 남자가 집 안을 뒤지고 있던 것을 발견한 A(20)씨는 도둑 B(56)씨를 제압하기 위해 빨래 건조대 등으로 B씨를 때려 제압했다. 머리를 지속적으로 맞은 B씨는 정신을 잃고 응급실로 후송돼, 식물인간 상태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A씨를 폭력혐의로 기소했으며 1심 법원은 그를 유죄로 판결하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들은 ‘범죄자에게 너그러운 나라’라며 분개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A씨가 유죄인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식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과연 우리는 정당방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논쟁들을 되짚어 보자.


정당방위를 이해하는 네 가지 핵심

먼저 정당방위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선 ‘정당방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로 규정한다. 한 줄 남짓한 이 짧은 말에는 정당방위를 규정하는 네 가지 핵심이 담겨 있다.

먼저 첫 번째는 ‘침해의 부당성’이다. 정당방위는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만 인정된다. 두 번째는 ‘자기 혹은 타인의 법익 보호를 위한 방위행위’이다. 보복의 의도가 짙은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세 번째는 ‘침해의 현재성’이다. 정당방위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에 대한 방위행위여야 한다. 가령 40여 년간 남편의 폭행에 시달린 나머지 잠든 남편을 살해한 여성 C(65)씨의 행위를 서울고등법원은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C씨에게 오랫동안 침해가 이루어졌던 것은 분명하나 남편이 잠든 동안은 ‘현재’ 침해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방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된다. 과연 방위행위가 꼭 필요했는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성폭행의 위협에 처한 D(23)씨는 성폭행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혀의 1/3이 잘리게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의정부지방검찰청은 D씨가 정당방위라 판단했다. D씨의 행동은 성폭행이라는 중범죄에 비해 과도한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방위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도둑뇌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결에서도 이 네 가지 원칙을 엿볼 수 있다. 법원은 도둑이 도망가려는 행동을 보였음에도 계속해서 도둑을 가격한 것은 현재 침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방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방위의 한도는 어떻게 결정돼야 하는가

도둑을 제압한 A씨의 행동은 정말 방위행위가 아닐까? 앞서 1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절도범에 대한 방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도둑의 식물인간 상태가 A씨의 방위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해석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A씨가 도둑 B씨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검찰의 수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B씨가 본래 중증뇌질환 환자였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T, MRI를 분석하면 폭력과 질병 중 어떤 것이 식물인간 상태에 더 많은 영향을 줬는지 상당히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장관 역시 동의하며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의 주장에 많은 사람이 동감할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몇 가지 문제가 숨어있다. 첫 번째 문제는 식물인간 상태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산술적으로 질병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된 더 큰 요인이라고 해서 폭행의 영향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병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쳐야 폭행의 영향을 무시할 만큼 큰 수치로 간주될 수 있는지 결정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정당방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을 무시했다는 문제이다. A씨가 정당방위 판결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B씨를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해서만은 아니다. 도망가려는 B씨를 폭행한 점, 십여 분 동안 장시간 폭행한 점 역시 정당방위로 판단 받을 수 없었던 이유다. A씨가 B씨를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폭행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당방위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이 준다고?

법원이 내리는 판결은 우리의 의식과 행동방식을 뒤바꿔놓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성희롱 관련 소송이었다. 1994년경 1심은 피고에게 3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희롱이란 개념이 없던 당시 남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여자를 만졌다고 대기업 1년 연봉을 달라니!’ 분명 우 조교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정당방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면 사람들은 범죄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방위행위를 할 것이다. 범죄자들 역시 사람들의 적극적 방위행위로 자신이 위험해질 것을 알게 돼 범행을 주저하게 된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김호기 교수는 “판결은 범죄자에 대한 응보, 격리의 차원도 있지만 사회인식에 큰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한다면 범죄율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방위와 범죄율 간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사유지에 들어온 침입자를 죽이는 것을 방위행위라고 인정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이하 SYG)’법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대학 철학과 이종환 교수는 “미국에서 SYG를 시행하는 주와 시행하지 않는 주의 범죄율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정당방위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이 범죄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며 범죄율 하락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우리 사회가 바라볼 정당방위

미국은 개척과정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무척 중요했다. 이런 역사적 인식을 토대로 정당방위권이 폭넓게 인정됐다. 우리나라 법의 모델이 되는 독일은 무제한적 정당방위를 허용한다. 독일은 사회 발전과정에서 국가가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 영역이 확장됐다. 정당방위의 범위 역시 이런 변화 과정에서 함께 넓어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법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란 개념을 사용한 역사가 짧다”고 말한다. 정당방위 법이 서구의 법체계를 계수하며 입법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당방위를 바라보는 인식이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도둑뇌사 사건은 정당방위인가? 현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답을 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이번 논란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번 논란이 정당방위에 대한 좀 더 성숙한 인식을 가질 성장통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정당방위를 어떻게 바라볼지 그 결정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 현재 B씨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그러나 본 사건이 ‘도둑뇌사’ 사건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본 기사에는 편의상 ‘도둑뇌사’ 사건으로 명명한다.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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