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항상 시간여행을 꿈꿔왔다. 이 때문일까. 여러 SF영화에서 ‘우주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니 지구의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도 그렇다.<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은 우주여행 이후 자신의 아들, 딸보다 어려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간여행은 정말 가능할까? 가능하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웜홀 등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탐색해보자.


상대성이론, 시간은 ‘진짜’ 느려질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혀 있으며 이들은 중력 때문에 휘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질량이 아주 큰 물질은 강한 중력을 지니는데, 이 중력은 시공간을 눌러 ‘움푹 파이게’ 만든다.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은 빛의 성질을 통해 알 수 있다. 빛이 움푹 파인 시공간을 지나가면, 시공간이 휘기 전보다 더 많은 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빛이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은 1919년 영국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이 태양 근처의 휘어진 시공간에서 별빛이 휘어지는 것을 관측하면서 증명됐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 일정한 속도로 더 늘어난 거리를 지나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간은 느리게 간다. 시공간이 휘어진 곳은 중력이 강한 곳이다. 이 때문에 시간은 곧 중력이 강한 곳에서 느리게 간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는 시간이 느려진다’고 말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트럭 한 대를 상상해보자. 트럭 내부 바닥에는 천장을 향해 빛을 쏘고 받는 장치가 있다. 트럭이 정지한 상태라면 빛은 장치에서 그대로 나와 천장을 때리고 다시 장치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트럭이 움직이고 있을 때 장치가 빛을 쏜다고 가정해보자. 트럭 밖에서는 빛이 직선으로 천장을 때리고 다시 장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올라가서 천장을 때린 후 다시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관측될 것이다. 빛이 이동한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거리를 빛이 동일한 속도로 가야 하니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는 시간이 느려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블랙홀 ‘가르강튀아’ (장면 갈무리)

2014년에 우주여행을 갔다 오니 지구가 2200년이 된 이유?

시간이 느리게 간다, 빠르게 간다는 것은 상대적이기도 하고 절대적이기도 하다. 광속 트럭의 예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바뀐 경우다. 트럭 외부의 관측자는 트럭 내부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낄 테지만 트럭 운전수의 입장에서는 평상시와 똑같이 시간이 흐를 뿐이다. 그는 오히려 트럭 밖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다른 기준계’에 있기 때문이다. 기준계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시공간 좌표를 말한다. 기준계가 서로 다르면 시간은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우주여행을 갔다 온 우주비행사가 나이를 별로 안 먹었다는 많은 SF영화의 설정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바뀐 경우다. 중력의 변화에 따른 시간 차이를 겪은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와 친구를 ‘같은 기준계’에서 만난다면 우주비행사는 나이를 별로 먹지 않은 상태인 반면, 친구는 나이를 많이 먹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우주비행사 철수가 지구에서 출발해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갔다 돌아오는 임무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철수는 우주선의 속도 변화에 따라 중력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우주선이 발사될 때, 우주에 진입해서 속도를 줄이거나 높일 때, 도착지에서 U턴을 할 때가 그렇다. 가속이나 감속을 하면 우주선의 관성력을 이겨야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우주선 내부에 가해지는 중력이 증가한다. 이 중력은 우주선 내부에 적용되는 관성력과 크기가 같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중력과 관성력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철수는 우주여행 과정에서 중력이 세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많이 할 것이다. 중력이 세다는 건 곧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으로 이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철수가 비교적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구로 귀환했을 때 확인되는 것이다.

 
블랙홀, 웜홀로 제시한 시간여행의 가능성

블랙홀은 흔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이라고 불린다. 블랙홀이 검은 구멍이라 불리는 이유는 어떠한 물질도, 에너지도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검게 보이기 때문이다. 웜홀은 우주의 시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통로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다면 둘 사이의 시공간을 접은 채 통로를 뚫어 최단 거리로 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웜홀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한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형성과정, 형성조건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블랙홀과 웜홀은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블랙홀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면 웜홀을 이용하면 된다. 미래 여행부터 생각해보자. 우선 지구에서 우주선을 타고 출발한다. 목적지는 블랙홀 근처이다. 블랙홀 근처에 도착한 후, 블랙홀 근처에서 잠시 지낸다. 블랙홀의 영향을 안 받고 어떻게 지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기술의 발달로 블랙홀 근처에서 지낼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블랙홀 주변은 엄청난 중력 때문에 시공간이 상당히 휘어져 있다. 중력이 강한, 휘어진 시공간에서는 시간이 느려지는 사실은 앞서 설명한바 있다. 그러므로 블랙홀 근처에서 지내다가 지구로 돌아오면 내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구의 시간은 굉장히 많이 지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미래로 시간여행을 한 것이다.

이번엔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보자. 이는 1988년에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물리학 교수인 킵 손(Kip Thorne)이 제시했던 방법이다. 과거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선 웜홀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웜홀의 출구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입구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가 다시 가까워지게 만든다. 웜홀 출구 자체의 속도를 가속했다가 감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앞서 말했던 우주비행사의 예시처럼 중력이 순간적으로 커져 웜홀 출구의 시간이 느려지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웜홀 입구에 남은 사람이 시계를 보면 2014년에서 2020년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웜홀 출구로 나온 사람이 시계를 보면 아직 2016년 밖에 안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설명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것이지 지난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두 방법의 시간여행 모두 아직은 가설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웜홀은 블랙홀 이론을 의거해 존재하리라고 예상되는 현상일 뿐이다. 블랙홀도 최근에는 일부 성질이 기존에 통용되던 이론과 다른 점이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블랙홀과 웜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시간여행의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더욱 확실해질 것이다.


글_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감수_ 물리학과 노재동 교수

참고_ 조지 가모브, 송영조 역,『물리열차를 타다』, 승산, 1993.
스티븐 호킹, 김동광 역,『시간의 역사』, 까치,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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