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대 이건 총장 인터뷰>

 총장선거를 앞두고 학교가 분주하다. 더불어 이건 총장의 임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11년 이 총장의 취임 이후 우리대학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반값등록금처럼 외부로부터 시작된 변화도 있었고, 교수회의 학칙기구화나 교학협의회 신설 등 학교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도 있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이 총장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더불어, 현재 우리대학에 닥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편집자주-

 
취임식 때 ‘사람을 세우는 대학, 세상을 밝히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목표한 바를 잘 이룬 것 같나
어려운 질문이다. 대학의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 더불어 살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 등을 목표로 했는데 굉장히 추상적인 것들이지 않나. 총장 후보자로 나서면서 ‘전국 몇 위’ 같은 목표를 지양하고자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 같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또 ‘잘 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나로서는 잘 서지 않는다. 그래도 ‘노력은 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정량적으로 성과를 얼마나 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좋은 징표가 나타나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주시는 교수님들이 많아졌다. 학생들도 이전보다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호주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등 학생들의 도전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모습들이 나타났다는 게 대학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 대한 징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국제도시과학대학원 설립은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제화’는 선진국과 경쟁하면서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국제화는 그런 방향이 아니다. 우리대학은 제3세계에 ‘도시를 수출’하고자 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들을 통해 제3세계 국가들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은 서울시나 KOICA와 협정을 맺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국토교통부 선정 특성화 대학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도시과학 분야에서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기뻤다.
경농관과 자작마루, 박물관 등을 리모델링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해당 건물들에 안전문제가 발견되자 ‘허물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자’는 말이 나왔었다. 하지만 한 건축학부 교수의 제안으로 건물의 외형을 보존하면서 내부 리모델링을 하게 됐다. 결국 해당 건물들은 ‘선벽원’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2013년 서울시 건축상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한 좋은 사례인 것 같다.

 
반값등록금 이전과 이후를 경험한 총장이다. 세간에는 반값등록금 이후 대학이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직접 경험한 바로는 어떤가
예산상의 큰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면서 부족해진 금액과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시에서 주는 금액은 거의 똑같다. 사람들이 ‘학교 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등록금이 동결된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지만 우리대학은 5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같은 돈이라도 예전에는 여러가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울시가 긴축재정을 펼치자 우리대학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드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다른 기관들의 예산이 엄청나게 삭감된 것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서울시도 우리대학을 많이 배려하고 있다.
욕심을 내보자면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등록금 부족분만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현재 우리가 반값등록금으로 타 대학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지 않나. ‘반값등록금을 시행해도 대학이 이렇게 훌륭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좀 더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시 사정 자체가 워낙 좋지 않으니까 일정 부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값등록금 이후로 서울시의 입김이 세지진 않았나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입김이 세졌다’보다는 ‘관심이 많아졌다’고 보는 게 어떨까 한다.
밖에서 보는 ‘서울시립대에 중요한 것’과 우리가 보는 ‘서울시립대에 중요한 것’은 똑같지 않다. 우리는 교육 쪽으로 오래 일해 온 사람들이지만 외부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외부의 사람들은 입시만을 무척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대학의 여러가지 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입시에 집중하라고 하면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간섭이 심해졌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서울시가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기 위해 우리대학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가 관심을 갖는 여러 부분에 있어서는 서울시와 학교가 서로의 의견을 잘 조율해가는 작업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큰 문제없이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공약으로 의대 설립. 제2캠퍼스 설립을 내걸었지만 달성하지 못했는데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사실 의대나 제2캠퍼스 설립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공약의 경우 합의해야 하는 주체들이 굉장히 많다. 의대 설립의 경우 우리대학과 서울시, 교육부는 물론 의사협회 등의 단체와도 협의가 돼야 한다.
제2캠퍼스같은 경우도 우리대학과 지역사회가 합의를 해야 한다. 또 대학 내에서는 본부와 학과, 지역사회 내에서는 지역주민이나 구청, 기업들과도 합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이게 잘 되지 않았다. 제2캠퍼스를 만들기 전 그 목적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서울시와 우리대학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때문에 조율이 잘 안 돼서 현재는 진행이 멈춘 상태다.
그래도 의대 관련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임기동안 서울의료원과 많은 협업을 했다. 또 ‘예방의학중심의 교육,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내세워 의사협회를 설득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적으로도 공공의료인력, 예방의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대학이 이 역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의대는 설립될 수 있을 것이다.

제2캠퍼스 설립은 우리대학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대학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대학은 시립대학이기도 하고, 도시과학 쪽으로 특성화된 대학이지 않나. 처음에는 현재의 동북 캠퍼스를 비롯해 서북, 남동, 남서쪽에 총 4개의 대학을 만들자는 막연한 구상을 했었다. 하지만 이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추상적인 큰 그림에 불과하다.
제2캠퍼스를 위와 같이 구상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서울 각지에 캠퍼스를 두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하고, 대학이 갖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학생들이 지역사회 현장에서 일하고 공부하면서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훌륭한 도시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제2캠퍼스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성회비 폐지로 인해 교수들의 봉급이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교수들에게 더욱 많은 봉급을 주고 싶다. 하지만 봉급은 제한돼 있고 기성회비 문제는 지금 수준의 봉급조차도 지급하기 힘들게 만든다. 소위 말하는 일반회계로는 연구지원비에 해당하는 항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선 미봉책으로 전년도 연구지원비에 준하는 예산을 배정은 해놨다. 12월 내로 기성회비 대체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이전과 같이 연구보조비를 지급하는 방법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대거 탈락했는데,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은 구성원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 우리대학은 대학재정지원사업에 떨어진 적이 별로 없다. 우리대학의 역사가 짧기도 하고 잘 해오기도 했다. 이번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대학이 더 발전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실패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본부 측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학과 차원에서도, 혹은 교수들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란다.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어렵지 않게 재정지원사업에 재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총장으로서 나의 책임이 크지만, 구성원들이 다 같이 힘써주면 곧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총장선거에 학생들의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분명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총장 후보자들은 교수인데 학생들은 이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교직원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고 있다. 허나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교수들과 여러 일을 같이 하다보니 교수들에 대해 잘 아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재 듣는 강의의 교수, 혹은 학과 교수 외에는 거의 모를 것이다. 때문에 후보자가 나왔을 때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자신이 아는 교수들에게만 표를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다.
책임지지 못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다. 뭔가 방안이 필요하다. 총장선거 선거권에 대해서 ‘이건 우리의 권리다’라고 말하기 전에 학생들이 교수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이를 통해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가려낼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총장선거 선거권은 이런 장치들이 갖춰진 다음에 행사돼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총장 임기를 마치면 다시금 교수로 돌아갈 텐데, 기분이 어떤가
20여 년을 교수생활을 했고, 늘 학생들을 가르쳐오고 연구해왔다. 나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좀 더 자기 삶을 잘 개척할까, 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살던 사람이다. 이런 삶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나로서는 좋은 일이다.
교수의 제일 좋은 점은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한다는 점이다. 총장은 이루고자 하는 강력한 뜻이 있기 때문에 잠시 이 즐거움을 유보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총장으로서의 자리도 분명 좋은 점이 있고 보람차다. 이 자리를 떠난다는 것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하다.


정리_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사진_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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