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급기야 허니버터칩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사람도 생겼다. 사람들이 이토록 이 과자를 ‘열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허니버터칩 열풍에는 SNS를 통한 입소문과 그로 인한 군중심리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감자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히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과자를 고르는 사소한 선택에서도 알게 모르게 군중심리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군중심리는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인간의 본능, 군중심리

군중심리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 내에서 개인적 특성이 소멸되고 사람들이 쉽게 동질화되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군중심리는 다수의 언동에 따라 행동하며 자제력을 잃고 쉽사리 흥분하는 심리상태를 갖게 됐을 때처럼 부정적인 맥락에 자주 쓰인다.

그렇다면 개인은 왜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서경현 교수는 군중심리는 인간의 본능과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위험을 피하거나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때 타인을 참조한다. 이런 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 다수의 선택은 개인의 선택보다 더 타당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군중심리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임을 지적했다.

군중심리가 인간의 본능에 기인하고 있다지만 군중심리를 더 강화시키는 데엔 사회적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임동균 교수는 “군중심리는 집단의 규범이나 흐름에 압력을 받아 수동적으로 따라가거나, 똑같은 정보가 집단 내에 공유될 때 발생한다. 또한 사람들이 동일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어 자연스레 비슷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태도나 행동에 의존해 판단하면서 개인들의 주의력이 약화돼 발생하기도 한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태도를 노출시키면서 군중심리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 군중심리의 긍정적인 측면이 잘 나타났던 월드컵 거리응원
군중심리는 강력하다

본능적으로 발생해 사회적으로 강화되는 군중심리는 어떤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까? 군중심리에 대해 연구한 프랑스의 사상가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심리가 개인 심리상태와는 다른 고유적 특성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무소불위의 힘, 감염력 등을 들었다. 무소불위의 힘이란 개인이 군중에 포함되면서 개인으로 존재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일까지 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없던 사람도 그 의견이 다수와 같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그 의견을 더 강력히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군중의 모든 감정과 행동은 감염력을 갖는다. 예능 프로그램이 편집과정에서 방청객의 웃음소리를 삽입하는 것도 군중심리의 감염력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군중심리는 피암시성, 과격성 등의 특성을 보인다. 피암시성은 타인의 암시에 빠지는 성질, 또는 타인의 암시를 받아들여 자신의 의견 또는 태도에 반영하는 성질로 정의된다. 군중심리로 인해 개인은 의식과 개성을 상실한 채 선동자의 암시에 순종한다. 마치 최면술사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하나의 군중심리의 특징은 과격성이다. 서 교수는 “군중심리를 통한 의사결정은 과격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수에 속해 있기 때문에 책임이 분산되는 것도 원인이다. 익명성이 강할 경우에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군중심리의 과격성은 사회 속에서 많은 부정적인 사건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나치즘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 당시 벌어졌던 유태인 학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은 군중심리의 과격함과 군중심리 아래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 군중심리의 부정적인 양상을 잘 보여주는 영화 <제보자>의 한 장면
SNS 속 군중심리

현대사회에 군중심리를 가장 자주 만나볼 수 있는 곳은 SNS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는 각종 ‘지하철 XX녀 사건’이나 뜬소문으로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힌 ‘채선당 사건’, ‘파리바게트 쥐식빵 사건’ 등 군중심리로 인한 마녀사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SNS는 군중심리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이에 대해 임 교수는 “SNS 자체가 군중심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SNS의 매체적 특성상 다수에게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기 때문에 군중심리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하지만 SNS상에서 퍼진 정보가 잘못됐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정보 또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SNS가 반드시 부정적인 군중심리를 양산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NS상의 군중심리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은 여전하다. 서 교수는 “SNS의 경우 정보전달과 재생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정보가 많이 변질된다. 이러한 점들이 군중심리와 만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닌 것도 군중심리를 거치면 사실로 믿게 되기 때문”이라며 “또한 SNS의 익명성도 군중심리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SNS에 퍼지는 소문은 누가 퍼뜨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사실이 아닌 정보가 퍼지더라도 그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중심리,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군중심리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다. 군중심리는 부정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용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중심리 자체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의 호응을 이끌어냈던 월드컵 거리응원, 아이스버킷챌린지 등 군중심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

군중심리가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군중심리에 대해 자각하고 주체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 교수는 “결국은 경험을 통해 사회적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정적인 군중심리가 발현되는 경우 역사를 통해 그것의 파급효과라든가 개인의 책임에 대해 학습하고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고, 긍정적인 군중심리의 경우 그것을 통해 사회를 올바른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이 의견을 참조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는 것은 분명 좋을 수 있다. SNS 역시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본래의 순기능일 것이다. 문제되는 것은 우리가 SNS 상의 정보를 너무 빨리 진실로 믿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따라서 우리가 어떤 평가를 내릴 때, 특히 비판을 해야 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군중심리에 휩쓸릴지 아닐지는 개인에 달려있다. 군중심리 때문에 소수가 피해를 입고 있지는 않는지, 내 의견만 너무 내세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참고_ 귀스타브 르 봉, 김성균 역, 『군중심리』, 이레미디어, 2008.

유예지 기자 yy023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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