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취미의 방>

▲ 공연 포스터
연극의 막이 오르기 전, 어렴풋하게 무대가 보인다. 건담 프라모델이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반대쪽  벽면에는 장서들이 가득하다. 취미의 방이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이윽고 등장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LP판에서는 재즈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취미를 가진 네 명의 남자가 한 방에 모여 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각자의 취미활동에만 몰두한다.

이상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아마노, 고서를 수집하는 미즈사와,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카네다, 여러 취미를 전전하다 현재는 직소 퍼즐을 취미로 삼고 있는 도이가 그 주인공들이다. 건담을 함부로 만지거나 고서에 잘못 손 대기라도 하면 하늘이 무너질 듯 화를 내는 각 인물들의 모습에서 취미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엿보인다.

▲ 건담 프라모델을 이용해 사건을 재현하는 장면
평화롭기만 하던 이 방에 한 여자 경찰이 끼어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취미의 방의 다섯 번째 멤버가 행방불명이라 찾아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르는 일이라던 네 남자들은 곧 ‘난 범인이 아니고 네가 범인이야’라며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 일으키며 이들이 갖고 있는 취미는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는 게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니 연극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취미의 방>은 취미라는 소재를 추리극의 형식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너무나도 유쾌한 나머지 배우들이 실제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광경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웃기기만 한 연극은 아니다.

사실 <취미의 방>이라는 연극의 제목부터 내가 실생활에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취미를 즐긴다고는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이내 바빠져 취미생활에 쉽게 소홀해지곤 한다.

취미는 여유일까, 아니면 사치일까. 일상에 치여 사는 사람들에게 취미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짬을 내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취미란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을 보노라면 열정이 느껴진다. 그 열정은 가끔 단조롭기만 하던 일상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사소한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취미로 인해 한 방에 모인 주인공들에게도 그러했다.

아마노는 극 중에서 “다른 생각 안 하고 취미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 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반면 진정한 취미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도이는 그런 행복을 동경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럴 만한 취미가 없어 낙심한다. 그런 그도 마침내 취미를 찾고는 이렇게 말한다. “목숨 걸고 취미하겠습니다!” 즐겨야 할 취미를 필사적으로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쯤 미쳐볼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된다면, 일상의 큰 낙이 되지 않을까.

 

 

 

 

 

 

글_ 조예진 기자 yj9511@uos.ac.kr
사진_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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