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피카츄 대량발생 쇼타임’ 행사에 많은 사람이 몰려 무산됐다. ‘피카츄 대량발생’이 아닌 ‘인간 대량발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DDP를 찾았던 것이다. 인기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비단 피카츄 대량발생 쇼타임 행사의 사례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것이 아니다. 인기 캐릭터 ‘타요’로 버스를 꾸민 일명 ‘타요버스’는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2014 올해의 검색어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한 해를 통틀어 네 번째로 많이 검색된 것이다. 또한 ‘러버덕’이 석촌호수에 등장하자 수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석촌호수를 방문했다. 가히 캐릭터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


전성시대가 열린 배경

이렇게 캐릭터가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캐릭터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캐릭터 숍이나 캐릭터 팝업스토어*가 많이 생기면서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캐릭터를 접하게 됐다. 캐릭터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A(32, 남)씨에게 방문 이유를 묻자 그는 “지나가다 발견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릭터 팝업스토어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시간을 내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도 많지만 그냥 지나가다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캐릭터 숍, 캐릭터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들도 자연히 대중화됐다. 헬로키티가 그려진 텀블러, 피카츄 모양의 인형, 아이언맨 얼굴 모양 USB 등 캐릭터 관련 상품들은 이제 생활도구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장지수(22) 씨는 “팝업스토어에서 노트, USB, 펜, 인형을 구매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물건이 더 좋다”하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과거와는 달리 캐릭터 매니아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유명 배우들도 더 이상 개인적 취향을 숨기지 않는다. 심형탁 씨는 MBC 예능 <나혼자산다>에 출연해 도라에몽으로 꾸며진 집을 공개했다. 박해진 씨와 이시영 씨 역시 방송을 통해 자신이 건담매니아임을 알렸다. 이와 같은 연예인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 공개는 일반인들이 캐릭터 매니아에 대한 선입견을 없에는  데 일조했다. 한 예로 러버덕이 석촌호수에 등장하자 사람들은 SNS에 러버덕에 대한 애정을 공개했다. 러버덕이 철거되기 직전 한 누리꾼은 SNS에 러버덕 사진과 함께 ‛버덕아 ㅠ_ㅠ 마지막이라고 해서 또 왔어. 사람, 커플, 셀카봉은 많지만 잘가’라고 적어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조태봉 회장은 캐릭터가 사랑받게 된 요인으로 ‘라이센싱 산업’의 정착을 꼽았다. 라이센싱은 상표가 등록된 어떤 재산에 대해 그 재산의 상업적 권리를 계약기간동안 양도하는 것이다. 사용권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이 라이센싱이 정착됐기 때문에 캐릭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주장이다. 조 회장은 “라이센싱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수익을 창출한 저작권리자들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소비자가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낄 만한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캐릭터들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목 받는 캐릭터를 유통업체나 다른 산업분야가 활용하게 됐다. 이런 선순환구조가 시장에 장착되어 감에 따라 캐릭터 산업이 더욱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릭터+이모티콘, 캐릭티콘

캐릭터들은 이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이모티콘으로 변신해 그 인기를 더하고 있다. 만화가 정철연 씨의 웹툰 ‘마조앤새디’의 주인공인 마조와 새디는 만화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C(21)씨는 “마조와 새디가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이름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원작이 따로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모티콘으로 변신한 캐릭터는 스펀지밥, 마시마로, 보노보노 등 셀 수 없이 많다.

캐릭터가 이모티콘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반대로 이모티콘이 캐릭터화되기도 한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하 라인)의 대표 이모티콘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톡의 대표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캐릭터로 변신한 사례다. 장지수 씨는 “이모티콘으로만 쓸 수 있었던 아이들이 캐릭터가 되고 상품이 됐다.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다니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릭터와 이모티콘을 융합하는 산업은 ‘캐릭티콘’ 산업이라 불리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친숙한 캐릭터를 이용해 사람의 감정표현을 돕는 캐릭티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기존에 특수문자 등을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던 기존 이모티콘과는 달리 구매하기만 하면 익살스런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해주는 캐릭티콘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마시마로 캐릭티콘을 사용 중인 서이령(52) 씨는 “예전 문자메시지를 보내던 때에는 특수문자를 활용해 표정을 썼다. 그래서 거의 웃는 표정밖에 쓰지 못했다. 그런 걸 보이기 싫어 아무것도 안 쓸 때도 있었다. 자식과의 대화가 괜히 삭막해지곤 했었는데, 이 토끼 캐릭터를 이용해 다양한 감정을 보이며 대화하니 아주 즐겁다. 토끼 표정이 참 우스우면서도 절묘하다”라고 말했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캐릭터 열풍

캐릭터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침투하거나 이모티콘으로 변신하는 등 그 세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지속되는 한 캐릭터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홍상표 원장은 세계일보를 통해 “캐릭터 산업은 부가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말하며 앞으로 캐릭터 산업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밝혔다. 또한 조태봉 회장은 “캐릭터 관련 업체들이 이제 번창하기 위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의의 장소에서 짧으면 하루, 길게는 한 두달정도 운영하는 이벤트성 스토어다.

글ㆍ사진_ 김민기 기자 mickey@uos.ac.kr  

 
무민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하마같이 생겼는데 트롤이란다. 놀랄 만한 반전이다. ‛트롤인데 왜 그렇게 귀엽나’ 하고 묻는 이에게 ‛원빈은 사람인데 왜 잘 생겼겠나’ 하는 대답이 생겼다는 후문.

그의 매력은 치명적이다. 알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의 치명적 매력은 눈에 있다. 바보같아 보이는 눈으로 거의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입은 가끔 놀라거나 화가 났을 때만 보여준다.

빵빵한 배는 무민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다. 얼핏 보면 앉기도 어려워 보인다. 단 한 겹도 접히는 것을 거부하고 꿋꿋이 빵빵함을 유지하는 배. 동료 기자가 말했다. 왜 무민 뱃살은 귀여운데 내 뱃살은...

무민은 조개껍질을 주는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순수해 보이는가? 무민이 여자친구에게 “조개껍질을 볼 때마다 널 생각할게”라는 ‘버터 멘트’를 날리는 순간 난 알았다. 이건 수작이다. 세상의 모든 순수함이 들어있는 얼굴로 저런 수작을 부리니 안 넘어갈 수가 없다.

문득 배신감이 들었다. 무민도 여친이 있는데...

글_ 김민기 기자 mickey@uos.ac.kr
사진_ 애니메이션 <무민> 장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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