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박재형(국민대 14) 씨는 매일 아침 학교를 가기 위해 2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한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면 적어도 7시 이전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박재형 씨는 “워낙 통학시간이 길다 보니 조금만 늦게 일어나도 지각하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놀 때도 남들보다 일찍 자리를 떠야 돼서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통학을 하느라 불편을 겪는 건 박 씨 뿐만이 아니다. 정예진(고려대 12) 씨는 “환승을 많이 해야 하는 점이 너무 불편하다. 퇴근길의 꽉 찬 버스에서 서서 집으로 가야할 때 길이 막힐 때도 마찬가지다. 할 일이 산더미인데 시간낭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학을 하느라 고충을 겪고 있다. 그들은 몸도 피로하고 정신적 여유도 없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고 아예 거리가 먼 지방에 사는 것도 아닌 그들은 통학계의 ‘주변인’이다.


스트레스 5점 만점 중 4.17점 이유는 “시간에 쫓기는 부담감”

서울시립대신문은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경기도 통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134명이 응답했고, 주요 거주지역은 안양시, 고양시, 성남시, 부천시, 수원시 등이었다. 28%의 학생은 통학 시간이 2시간 넘게, 왕복으로는 4시간 이상 걸린다고 응답했다.

통학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는 5점 만점에 5점이 42%, 4점이 40%의 응답을 보였다. 평균 4.17점으로 경기도 통학생들 상당수가 통학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53%)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이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뺏겨서(24%), 교통이 혼잡해서(10%)가 뒤를 이었다.

통학의 고충 때문에 자취, 기숙사, 하숙 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생각해봤다(90%)’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생각해봤다’는 응답을 한 학생들 중 51%의 학생은 ‘생각도 했으며 실제로 실행에 옮길 계획도 있다’고 응답했다. ‘생각은 했지만 계획은 없다’고 말한 학생에겐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재정적 문제 때문에(63%)’가 가장 많았으며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하셔서(29%)’, ‘거리가 애매해서(9%)’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현재 경기도 통학생들은 자신들의 통학 환경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통학 환경의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결책은 기숙사 입사? “경기도는 안 받습니다”

경기도 통학생들이 주변사람들에게 통학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면 “그럼 기숙사에 들어가면 되지 않냐”는 말이 돌아온다. 하지만 대학의 기숙사에서 이들을 쉽게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경희대 기숙사 세화원과 삼의원은 경기도 거주 학생을 기숙사 입사 제외 대상으로 두고 있다. 경희대 기숙사 관계자는 “경기도는 어쨌든 통학이 가능한 거리인 반면 그외 지역은 통학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우선으로 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경기도 시흥시에서 통학하는 A(경희대 3) 씨는 “아무리 지방이라고 해도 강원도 같이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은 기차를 타면 나보다 통학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이런 사람들은 입사가 가능하고 나처럼 통학에 왕복 4시간 걸리는 사람은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기숙사 역시 경기도 거주 학생을 받지 않는다. 홍익대 기숙사 관계자는 “기숙사 수용인원이 적기에 기숙사가 가장 필요한 학생들을 우선으로 배정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통학하는 구현진(홍익대 14) 씨는 “현실적인 통학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기도 거주 학생들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축 기숙사가 완공돼 배정할 때는 통학 시간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발 벗고 나선 학생들

경희대를 포함한 일부 기숙사들은 신축 기숙사가 완공되면 경기도 거주 학생을 받아들일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은 기숙사가 신축될 예정이 없는 대학이 대다수고 경기도 거주 학생들을 일부 수용하더라도 소외되는 학생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듯 대안조차 마땅치 않자 학생들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번 학기부터 ‘청춘버스’라는 사업을 시행해 경기도 지역에서 고려대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주상돈 기획국원은 “청춘버스 사업은 통학하기에는 먼 거리에 살지만 기숙사에 살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눈뜨면 도착’이라는 사업도 비슷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박주혁(서강대 13) 씨가 기획한 ‘눈뜨면 도착’ 사업은 분당에서 신촌, 고려대, 회기 등으로 학생들을 운송하는 사업이다. 박주혁 씨는 “우리 집 앞에는 기업들의 통근버스가 많이 다닌다. 대학교에도 이처럼 통학버스가 생기면 학생들이 훨씬 편하게 통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사업 시행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의 밝은 모습을 보곤 한다. 아침의 단 한 시간으로 그들의 하루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현준 기자 ggseossiwkd@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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