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워커’란 경기에서 궂은일을 주로 담당하는 농구선수, 쉽게 말해 ‘잡무 담당 선수’들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궂은일이란 대체로 수비를 말한다.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상대편의 슛을 방해하고, 상대편이 리바운드를 잡지 못하기 위해 기꺼이 몸싸움을 건다. 매우 중요한 역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팬들이 주목하는 것은 ‘어떤 선수가 얼마나 화려한 개인기를 사용하는가, 얼마나 많은 득점을 하는가’에 불과하다. 때문에 수비를 잘 하는 선수의 가치는 폄하될 때가 종종 있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무시당한다’는 명제는 스포츠계 이외의 곳에서도 성립한다. 우리 주변에도 ‘잡무’는 존재한다. 명칭부터가 잡스러운 것을 보니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뻔히 보인다. 항상 번듯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일에 치여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니, 안쓰러울 따름이다.

알아주는 이도 없고 귀찮게만 느껴지는 이 잡무는 사실 꼭 필요한 일이다. 잡무는 눈에 띄는 성과들의 한발 뒤에 위치하며 이들이 곧고, 높게 설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조직이 돌아가는 데에도, 개인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잡무는 필요하다. 위인전에 나오는, 옛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도 실상은 수많은 잡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공격을 잘하는 팀은 팬들을 불러 모으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승리한다’ 스포츠계에 널리 퍼져있는 명언이다. 농구 또한 그렇다. 정규시즌이든, 플레이오프든 우승하는 팀 치고 수비가 약한 팀은 찾아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상대편보다 많이 우겨넣으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공격을 잘하는 선수들로만 가득 찬 팀은 대체로 승리하지 못한다. 서로 공을 쥐며 ‘주인공’이 되려 안달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기꺼이 ‘잡스러운’ 일을 도맡아야 팀이 잘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 열심히 일을 하고 그를 뽐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만 존재하는 조직은 성공할 수 없다. 주인공을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제서야 주인공도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날 것이고, 그들의 성과가 빛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잡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한 조직을,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아닐까.

김준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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