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 5조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됐다. 특가법 5조 4항은 상습절도범을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하는 조항으로, 일반 형법이 같은 혐의에 대해 ‘9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을 명시하고 있어 검사의 재량에 따라 형이 좌지우지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최근 70억원을 횡령한 유대균 씨가 3년 징역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생계형 범죄’에 속하는 상습절도의 처벌 수위가 다른 범죄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며 논란은 가중됐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엄중히 처벌해 재발을 막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범죄의 정도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으로 법이 집행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법 현실은 얼핏 보기에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것처럼 보인다. 법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가진 자는 교묘히 피해가고 그러지 못한 자는 법의 허점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특가법 5조는 가난한 사람에게 더 무거운 형을 부과했던 판례 때문에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간 옥살이를 한 주인공 장발장의 이름을 따 장발장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엄중히 처벌해야할 사람들은 가난에 시달려 순간의 잘못을 저지른 ‘장발장’이 아닌 사회 전체의 공공성과 안전을 해치는 ‘부르주아’들이다. 우리 법에는 음주 상태의 성범죄에 감형을 해주는 등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 조항들이 아직 남아있다. 이번 위헌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 법 현실이 조금 더 진보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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