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상처가 아파 힘들다고 말하기 힘든 세상이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여유를 가지면 잉여가 되고, 힘들다 토로하면 어리광쟁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 부쩍 인간의 상처를 다룬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의 각박함 속에서 사람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방치해 두었던 상처를 간접적으로 치유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에 이입하여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언뜻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 치유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공감과 대리만족은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에 기대 치유 받으려는 경향이 심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더 이상 누군가가 공감해주거나 토닥여주지 않으면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수단으로든 무언가가 내 아픔을 대신 표출해주고, 나를 대변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상처를 말할 줄 모르게 된 것 같다. 공감과 대리만족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타인의 치유와 성장을 보는 것만으로 자신 또한 그렇게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면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대신 내는 목소리를 보며 한순간 치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진짜로 마음의 벽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무언가가 대신해 주지 않아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파할 자격이 있다. 스스로 힘들고 지친 나의 마음을 표출하고 아픈 나와 마주하여 극복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신수진(국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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