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두 글자는 언제 들어도 설렌다. 여행 하루 전날이면 ‘어떤 곳을 보게 될까?’,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설렘 가득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은 없는가. 몇몇 여행객들은 ‘어떻게 하면 공정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 ‘공정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무척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조금 특별한 고민을 하는 여행, ‘공정여행’을 알아보자. 


우리가 한 여행, 백점짜리인가요?

여기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A씨가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좋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호텔에서 숙박했다. 태국의 관광코스로 빠질 수 없는 코끼리 트레킹도 즐겼다. A씨는 만족스럽게 태국여행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A씨의 여행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그가 숙박업소를 이용하며 지불한 돈은 거대 기업에게 돌아갈 뿐 태국 지역 주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코끼리 트레킹 역시 문제다. 야생 코끼리는 코끼리 트레킹을 위해서 오랫동안 훈련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코끼리는 학대 수준의 조련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코끼리들이 희생당했지만 A씨는 모른다.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여행객의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이제 관광 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비유될 정도다. 그러나 관광 산업은 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현지인들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혹한 노동을 견뎌내지만 대부분의 수익은 대기업이 가져간다. 여행지의 생태가 관광객에 의해 파괴되거나 오염되는 경우 역시 더러 있다. 우리가 무심코 즐긴 여행이 알게 모르게 관광 산업의 매연이 되어 관광지를 병들게 한 것이다.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까? 공정여행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관광객이 현지인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공정한 소비를 하는 것, 현지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것, 현지인과 대등한 관계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 모두가 공정여행이 될 수 있다.


▲ 공정여행가 한영준 씨
여행다운 여행, 공정여행

공정여행은 일반 여행과 달리 많은 제약이 따른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식당을 찾아다녀야 함은 물론이고 상품 구매 시 환경을 파괴하며 만들어진 상품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공정여행 원칙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다면, 이 원칙들이 여행을 방해할까 우려할지도 모르겠다. 여행 원칙을 지키는데 마음이 쫓겨 다양한 경험을 쌓고, 즐기기 위해 가는 여행이 피곤하고 지루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다. 공정여행의 원칙들은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어주는 본질적인 역할도 해내기 때문이다.

제자들과 함께 라오스로 공정여행을 다녀왔다는 윤정 씨는 이러한 원칙이 기존 여행과는 다른 공정여행만의 특별한 매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현지인을 존중하는 공정여행의 원칙이 그녀와 학생들에게 소중한 인연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라오스 반바탕 마을에서 2박 3일 간 홈스테이를 했다. 그녀는 “함께 여행을 간 학생들이 말하길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사람들’이라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사는 곳에 머무르며 사람을 느끼는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그녀는 “홈스테이 마지막 날 반바탕 마을 사람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식인 ‘바시 세레머니’를 치러줬다. 이 의식은 먼 길을 가는 사람에게 행운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그들의 마음이 느껴져 코끝이 찡했다”며 공정여행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을 회상했다.

공정여행은 그 지역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현지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여행자는 그 지역 문화에 자주 노출된다. 일반 여행사의 여행상품을 통해 여행을 가거나, 다국적 기업의 업소를 이용한다면 느끼기 힘든 정취까지도 공정여행을 통해서는 경험할 수 있다. 공정여행가 한영준(31) 씨는 “생고생을 할 때도 분명 많지만 현지인과 함께 삼시세끼를 먹으며 그들의 생활을 직접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결혼식을 어떻게 하고, 어떤 가정형태를 이루고 사는지 등을 속속들이 알았다. 덕분에 그 나라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 공정여행 상품을 통해 여행을 다녀 온 윤정 씨
공정여행을 시작하는 작은 방법

공정여행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인과 친구가 됐다’, ‘해외에서 홈스테이를 했다’는 공정여행 일화를 보면 공정여행이 무척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공정여행은 생각만큼 거창한 것이 아니다.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현지인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소비를 하는 것, 생태적 관광을 하는 것. 이 원칙을 지키는 작은 실천만으로도 공정여행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한영준 씨는 “양심을 따르는 여행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공정여행의 원칙 중 한 가지만을 지키는 것으로도 공정여행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며 공정여행을 독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정여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다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공정여행 상품을 통해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공정여행 상품을 선택하여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여행과는 다른 공정여행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윤정 씨 역시 공정여행 상품을 통해 처음 공정여행을 접한 경우이다. 그녀는  “어느 문화권을 가든 현지인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공정여행을 가고 싶다”며 공정여행을 한번 더 경험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글_ 김태현 기자 taehyeon119@uos.ac.kr
사진_ 한영준, 윤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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