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터에 참가해 이동하고 있는 신입생들
올해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를 비롯 예비대학, 오리엔테이션 등의 신입생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작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이후 교육부의 지침으로 상당수의 대학들이 새터를 1박 2일 혹은 당일 일정으로 축소 진행하기로 했고 새터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대학들도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포함한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이렇듯 최근 대학가의 분위기는 지난 사고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새터를 자제하거나 줄이는 추세다. 사고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전검증 강화된 신입생 행사 새터 두고 갈등하는 학생회와 학생처

작년 새터 사고 이후 안전문제에 대한 걱정이 커지자 교육부는 각 대학에 입학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관련 지침을 전달했다. 지침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반드시 학교 측 주관으로 실시 ▲대학과 무관하게 진행된 행사시 엄정히 대처 ▲대학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 ▲학생 안전을 위한 준수사항이 중점적으로 포함됐다. 또한 대학 주관의 행사가 아닌 학생회 등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행사의 경우 학부모에게 고지해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고가 발생할 시에는 행사를 주관한 측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주관자를 징계하는 등 학교에서 엄중히 처벌하라는 세부사항도 담겨있었다.

이 지침이 내려지자 신입생 행사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성신여대는 기존에 강원도에서 진행했던 새터를 잠실체육관에서 당일 일정으로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부모들도 함께 초대됐다. 숙명여대의 경우에는 새터에서의 음주를 1인 1캔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한양대에서는 2박 3일로 추진하던 새터를 1박 2일로 일정을 줄이면서 원래 계획된 행사들을 무리하게 축소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 과정에서 학생회와 학생처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교육부 지침을 토대로 교내 새터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학생회에서 이를 거절했다. 학교 측이 새터의 전반적인 일정과 프로그램까지 조정하려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중앙대의 경우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당일 행사로 진행하거나 경기 안성캠퍼스 기숙사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라는 학생처의 안을 두고 학생들의 비난이 거셌다. 학생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 ‘우리가 중·고등학생이냐’ 등의 불만을 드러냈다.

우리대학 학생처 측에서는 “신입생 환영을 명목으로 이어져 오던 새터의 의미가 음주나 오락으로 변질됐다. 안전문제를 확보하고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대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새터 축소에 대한 취지를 밝혔다. 이 밖에도 연세대 등의 학교에서 비슷한 갈등이 빚어졌다.


학생자치활동 위축되나? 교육부 “그런 의도 아니다”

각 대학의 학생회에서는 교육부 지침으로 인해 학생자치활동이 위축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최근 서울대·연세대·성신여대·경기대 총학생회에서는 ‘교육부는 학생회 자치활동을 탄압하지 말고, 안전 확보를 위해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과 탄원서를 전달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각 대학측에서 교육부의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신입생 행사들이 사라지거나 중단되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의 이러한 지침을 거부한다”며 교육부 지침의 부당함을 비판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달랐다. 교육부 안전총괄팀 관계자는 “사고 발생시의 책임문제나 안전확보 차원에서 학교주관의 새터를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세부일정이나 프로그램은 학생자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빨리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터의 방향과 의미 재정립 필요해

일반 학생들은 안전에 대한 점검과 사고 예방책을 마련하거나 학생회와 합의하려하지 않고 무작정 새터를 줄이자는 학생처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지수(환경공학 15) 씨는 “새터는 대학생활에서 필요한 정보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입학 전부터 미리 선배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라며 새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새터가 해오던 고유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다면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성문(연세대 14) 씨는 “새터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왔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학교가 일방적으로 새터를 추진하거나 학생회와 갈등하기 보다는 합의를 거쳐 더 안전하고 유익한 행사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며 새터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글·사진_ 박미진 기자 mijin349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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