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의 문을 두드린 것은 나의 대학생활이 3학년 2학기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남들은 선배소리를 들으며 슬슬 취업준비를 시작할 때 나는 신문사로 들어가 막내가 되는 선택을 한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신문사에 입사하기 직전 남과 크게 대립한 일이 있었다. 개인간 대립은 다수간 대립으로 번졌고 나는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등을 돌리게 됐다. 타인. 그 당시 내겐 불편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내가 믿어왔던 도덕과 정의 등의 가치관은 바스러졌다. 책에 나오는 흔한 당위적 가르침에도 날이 섰다. ‘약자를 돌봐야한다’는 구절에 ‘왜?’라는 물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무비판적으로 익혀온 세상의 논리에 대한 반항이었다.  

해답을 찾아 나선 가운데 선택한 곳이 신문사였다. 끊임없이 사건사고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고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일로 삼는 기관이라는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취재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중요히 여기는 가치들을 느껴보고 싶었다.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의 김소영 대표를 통해 편리함 대신 미래 세대를 위하는 ‘배려’를 느꼈고 경찰의 학내 진입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쓴 서강대 이가현 씨를 통해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행동하는 지성’의 모습을 배웠다. 각자 다양한 형태로 자신만의 ‘진리’를 찾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마음속에 불고 있던 폭풍우가 더이상 두렵지 않게 됐다. 성장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의해서 흔들렸던 나의 가치관들이 타인을 통해서 다시 위로 받고 있었다. 기자 생활이 없었다면 이런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김선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