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의 신입생들을 보면 대학에 처음 들어온 날의 내가 생각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은 선배였다. ‘시간되면 미리배움터에 참석하라’는 선배의 연락에 어리버리 신입생이었던 나는 간다고 했다. 행사에서는 대학생활의 전반적인 내용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후배들과 함께 학교도 둘러보고 휴게실이나 도서관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선배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앞의 사례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도 들린다. 모 대학은 페이스북 ‘좋아요’를 새벽에 눌렀다고 해당 학생을 예의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또 다른 대학은 모자 착용 금지, 진한 화장 금지, 지정된 과 점퍼를 필히 착용하고 다니기 등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들은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권위를 내세워 후배들이 따를 것을 정당화 시킨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교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유교사상이 변질돼 잘못된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공자가 강조한 ‘사회 보편적 질서’, ‘계급 간의 상호 존중’은 윗사람과 아랫사람 간에는 엄격한 위계로 작동했다. 이런 과정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했다. 대학생활에 이런 논리가 적용돼서 선배가 후배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했다는 등의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 본다.

선배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선배의 권위는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인정해줄 때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희(물리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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